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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형광등-‘무드’ 없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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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3-02 17:35 조회29,5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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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인간의 밤에 인공태양 노릇을 해온 형광등은 ‘밝혀졌다’는 뜻의 ‘문명(文明)’을 실현시키는 사물이다. 형광등은 백열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열효율성을 지녔다. 그래서 생활공간에서 형광등은 ‘매우 환한’ 빛을 필요로 하는 곳에 설치된다. 바꿔 말해 이는 이 사물이 기능적인 빛이라는 뜻이다. 형광등은 ‘무드(mood·분위기)’를 위한 등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다. 왜일까?

‘매우 환한 빛’이란 그 아래 놓인 사물들을 노골적으로 비추는 빛이다. 그 빛은 사물을 적나라하게 발가벗긴다. 그러나 목욕탕의 신체에서 ‘감흥’이 일어나는 일을 보았는가. 이런 감흥은 은밀성에 수반되는 유혹 같은 것 때문에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만은 아니다. 낱낱이 발가벗겨진 사물들에서는 오히려 존재의 핵심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드 잡는다’는 말을 가볍게 사용하지만, 철학자 하이데거는 ‘무드’를 존재가 본질을 알려오는 진실의 시간이라고 이해했다. 이때 존재의 참모습은 낱낱이 밝혀지는 게 아니라 늘 가려지는 어둠이 동반되어야 나타난다. 연애할 때 ‘무드’가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가. ‘무드’를 통해 상대방의 보이지 않던 참모습이 드러나고,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거기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무드는 감정적인 홀릭이 아니라 존재론적인 순간이다. 환한 땡볕에서 연인의 피부 땀구멍까지 낱낱이 본다고 한들 무드가 생기는 것이 아니며, 그(그녀)를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무드는 가려진 부분이 동반되어야 출현한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2월 27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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