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 고등교육이 무너지는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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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3-09 12:34 조회28,6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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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앙대가 학사구조 선진화라는 이름의 대학구조개혁 방침을 발표하여 교내외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학당국의 발표를 보면, 중앙대는 학과를 폐지하여 2016학년도 입시부터 단과대학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1년 반 후 전공을 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입시제도와 학사과정은 변화할 수 있고 또 끊임없는 개혁도 필요하다. 사실 이런 방식의 입시제도는 과거 학부제라는 이름으로 인문계열 사회계열 자연계열 식의 계열별로 모집하던 방식과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중앙대의 경우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교수 및 학생, 그리고 학과목 운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교수사회의 공론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여 발표하였고, 학문적인 고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정적 대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대학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이런 식의 대학 운영은 이 계획이 선진화라는 이름을 앞세운 기업식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이라는 혐의를 사기에 충분하다.
사실 중앙대는 두산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이후 대학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무리한 학과 통폐합을 선도적으로 강행해왔다. 대학의 분과학문 구조는 오랜 지식의 축적과 전문가 양성 및 숙고된 교과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은 교육 및 학문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고등교육의 이념과 현실에 부응한다. 대학구조의 개편을 이윤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업체처럼 마구잡이로 해버리면 교육현장도 망가지고 학문체계도 무너진다.
사실 중앙대의 이번 개편이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려면, 교양과 전공의 비중, 교수진 구성, 학생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분석하고 전문성을 가진 교수진과 협의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고등교육의 체계도 유지되고 학생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대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고, 중앙대 교수들의 증언에 의하면 학장조차도 발표 하루 전날 알았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단행하였다. 이런 방식의 비교육적인 운영방식 때문에 중앙대는 수년 전에도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라고 항의하는 학생들이 타워크레인 농성을 벌이는 등 심각한 교육현장의 폐해를 초래했던 것이다.
(후략)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한국대학학회 회장
(한겨레, 2015년 3월 4일)
기사 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807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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