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배달통-식구(食口)는 늘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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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1-03 14:56 조회29,56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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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에 빨간 배달통을 달고 달리는 작은 스쿠터는 도시의 틈바구니에서 놀라운 순발력과 역동성을 발휘하는 사물이다. 굳이 따지자면 여기서 역동적인 것은 스쿠터가 아니라 손님의 ‘니즈’를 반영해서 어디든 도착하는 ‘배달통’이다.
어린 시절 기억을 포함하면 빨간 배달통보다 더 낯익은 배달통은 중국집 은색 배달통이다. 예전에는 그 은색 배달통을 스쿠터 뒷자리에 실은 게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가 한 손에 쥐고서 달리는 곡예운전 풍경이 많았다. 그렇게 곡예운전을 하면서도 한 손에 쥔 배달통 속 짜장면이 쏠리거나 짬뽕 국물이 쏟아지지 않는 절묘한 균형감은 놀라웠다.
배달통의 생명은 시간 단축에 있다. 주문하는 사람과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시간에 예민할까. 아마 배달하는 사람 쪽이지 않을까. 배고픈 거야 배를 만지면서 잠시 참으면 되지만, 배달 시간을 줄이는 일은 음식점의 흥망성쇠를 죄우하니 말이다. 배달 시간은 단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요리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배달이 지체될수록 짜장 면발은 불고 짬뽕 국물은 식는다.
소비사회의 도래는 외식 소비를 일상화한다. 이젠 어릴 때처럼 운동회날이나 생일이나 아이가 아픈 날이 아니라도, 또는 특별하게 바쁜 일이 없어도 집에서 다양한 음식을 주문 배달해 먹는 것이 일상화됐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10월 31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376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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