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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거울 - 거울 속의 ‘나’는 외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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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2-22 20:05 조회28,6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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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세면대로 간다. 세면대 앞 벽에는 거울이 걸려 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별 생각 없이 거울을 쳐다본다. ‘나’가 ‘있다’. 이 자동적 행위는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이 생기던 어린 시절부터 매일 반복되어 왔다. 왜 사람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또 하루에도 수시로 자기 얼굴을 확인하려고 할까.

인간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타인의 얼굴은 볼 수 있지만, 자기 얼굴은 도구를 빌리지 않고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도 있다. 신체의 다른 부위와는 달리 자기 얼굴은 자기 눈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도구가 필요하다. 제 얼굴을 비춘 물의 표면 역시 그 순간에는 거울의 일종이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는 행위에는 잠들기 전 어제의 ‘나’와 오늘 아침 ‘나’의 연속성을 확인하려는 무의식이 깃들어 있다. ‘다행히’ 같은 얼굴이 있다. ‘나’는 안심한다. 이 연속성이 모여 자신에 관한 스스로의 이미지(그림)인 정체성이 된다. ‘정체성’을 영어로 ‘identity’라고 하는데, 이 말은 본래 ‘같음’ ‘동질성·동일성’이라는 뜻이다. 어제의 나와 일주일 전의 나와 일 년 전 내 얼굴이 거울에 비춰보니 ‘같다’는 이미지 인식이 곧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인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런 점에서 거울은 나의 연속성을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도구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4년 12월 19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547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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