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제] 민초의 노래 인권의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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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1-12 21:24 조회28,38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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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누에바 칸시온은 저항과 사회정의를 노래한 운동가요의 범주를 넘어 확대된 장르로 발전해 있다. 랩이나 힙합과도 결합했고, 대중의 일상 정서와 삶을 표현한다. 중남미에서 누에바 칸시온은 저항과 서정의 전통이 담긴 중요한 역사적 유산으로 존중받는다.
누에바 칸시온의 진화를 보면 문화든 노래든 인권이든 결국 보통사람들의 삶, 그 한복판에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혁명의 노래로만 일관했다면 오래전에 역사의 유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라틴음악이 들리곤 한다. 그 순간 아, 정말 중남미에 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선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 들어야 했지만 이곳에선 그냥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하루 종일 라틴음악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탱고, 살사, 보사노바는 기본이고 마리아치, 바차타, 반다, 쿰비아, 메렝게, 란체라 등 이곳 과일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알다시피 라틴음악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카리브의 정서가 독특하게 버무려진 진정한 세계음악의 성격을 띠고 있지 않은가.
생각난 김에 중남미 여러 나라 방송국들의 프로그램을 찾아보다 약간 놀랐다. 누에바 칸시온이 아직도 건재하기 때문이었다.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놓은 곳도 있고, 포크뮤직으로 분류해 놓은 곳도 있지만 어쨌든 나름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 방면 지식이 얕은 탓에 누에바 칸시온을 남미판 운동가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늘날 누에바 칸시온은 저항과 사회정의를 노래한 운동가요의 범주를 훨씬 넘어 확대된 장르로 발전해 있다. 형식상으로 보면 발라드나 서정시풍을 넘어 랩이나 힙합하고도 결합했고, 내용적으로는 대중의 일상 정서와 삶을 표현하는 차원으로 발전했다.
예
를 들어, 작년 브라질월드컵 때 8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코스타리카 축구팀을 위한 응원곡도 누에바 칸시온으로 만들어졌다. 국가대표팀 별명인 ‘라 셀레’를 따서 ‘여기 셀레가 있다’는 곡이었다. 알레한드로 아를레이라는 언론인이 아마추어 수준으로 작사한 곡인데 대표팀이 의외로 선전하면서 폭발적인 국민가요로 떠올랐다. “여기 셀레가 있네, 셀레만 있으면 가슴이 터질 듯/ 여기 셀레가 있네, 우린 무조건 셀레의 서포터스/ 우릴 꿈꾸고 노래하고 웃고 탄식하게 하는 건 오직 셀레뿐/ 코스타리카 만세, 셀레여 세계를 휩쓸어라….”
누에바 칸시온을 잘 모를 수도 있는 요즘 세대를 위해 약간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우선 누에바 칸시온은 스페인 말로 ‘새로운 노래’라는 뜻이다. 20세기 후반 칠레를 위시한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혁명의 불길을 태우는 음악으로 유명해졌다. 부르는 명칭도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난다. 칠레에선 라 누에바 칸시온으로 처음 알려졌지만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 뒤 강한 탄압을 받으면서 엘 누에보 칸토라고 불렸다. 아르헨티나에선 누에보 칸시오네로, 쿠바에선 누에바 트로바, 스페인에선 노바 칸소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누에바 칸시온 하면 다 통하는데, 단순히 음악 장르를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고 뚜렷한 목표를 지닌 ‘새노래 운동’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비올레타 파라, 메르세데스 소사, 빅토르 하라, 인티일리마니 같은 전설적인 가객들이 다 이런 지향을 공유하고 있었다.
(후략)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겨레신문, 2015년 1월 6일)
기사 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723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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