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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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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1-19 11:59 조회28,3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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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이산화탄소 측정기가 있다. 보통 1000ppm(0.1%)을 넘지 않는다. 바깥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400ppm(0.04%)이니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바람이 들락거릴 수 있는 틈이 많기 때문인데, 그래도 손님들이 와서 사람 수가 많아지면 2000ppm까지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자기반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어떤지 보겠다고 해서 측정기를 들려보냈다. 30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있으니 높게 나올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실제 결과는 거의 경악 수준이었다. 측정을 시작한 첫 시간에 이미 2000ppm이었던 것이 한 시간 끝날 때마다 2000ppm씩 늘어나더니 4교시에는 8000ppm이 넘었고, 그제야 이러다가 죽겠다며 창을 열어 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8000ppm이라도 죽지는 않는다.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려면 농도가 그것의 10배는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몸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두통, 피로, 집중력 감소, 구토 증세가 나타나고, 숨이 가빠진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교실의 공기질과 학생들 학습능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불쾌감이 높아지고 수업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덴마크의 어느 연구에서는 이산화탄소의 최대 농도를 1700ppm에서 1100ppm으로 낮추었더니 학습능력이 10%가량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8000을 1100으로 낮춘다면 학습능력은 아마 2~3배 더 올라갈 것이다. 물론 8000ppm은 너무 나쁜 환경이기 때문에 그 속에 아이들을 넣고 테스트한 연구자는 고발당하고 범죄자 취급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연구에 따르면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이하여야 쾌적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준도 1000ppm이고, 정부에서는 이 기준을 적용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건물의 공기질을 조사한다. 2007년에는 전국 1만개 이상의 학교 교실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사했는데 90%가 1000ppm 이하로 나왔다. 이걸 그대로 믿는다면 우리 학생들은 매우 쾌적한 실내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셈이지만, 한 시간마다 2000ppm씩 올라가는 현실과 대조하면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결과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측정 첫날 8000ppm이라는 경악스러운 결과를 본 학생들은 둘째 날부터 쉬는 시간마다 창을 열어서 환기를 했다. 그래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ppm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교실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겨울철에는 아이들이 대부분 아주 나쁜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5년 1월 14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114203845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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