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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향(香)- 두 세계를 잇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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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2-02 14:13 조회28,9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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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지와 지인들의 죽음이 계속되는 시기다. 천수(天壽)를 누리다가 자연스럽게 호흡이 멈춘 이도 있으나, 그중에는 불의의 사고나 느닷없는 죽음으로 세상을 뜬 이도 있다. 있던 자리는 모르나 난 자리는 안다고, 모든 죽음은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세계에 구멍을 낸다. ‘없음’은 ‘있음’을 드러내고, 존재는 부재(不在)를 통해 임재한다.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받고 고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경황이 없다. 황망 중에 실감이 없던 죽음은 처음에는 먹먹하다가, 장례식장에 도착할 무렵이면 급격한 두려움으로 바뀐다. 이것이 진짜인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현실로 바뀌는, 부재를 현실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영정을 마주하는 순간에 우리가 갖게 되는 대단한 ‘절제력’이다. 고인의 사진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통곡 대신 엄숙해지며, 비장한 얼굴로 절을 하거나 묵념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가진 폭발력, 그리고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감정선을 지닌 우리들이 그 앞에 발휘하는 절제력은, 주말연속극만 보고도 눈물 흘리는 평소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상에서 발생하는 이 절제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물은 무엇인가.

모든 장례식장에는 고유한 냄새가 있다. 바로 ‘향내’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우리는 영정을 마주하기 전에 이미 그곳이 순전한 산 자의 세계가 아님을 향내로 바로 알게 된다. 후각은 오감 중에 가장 예민하고 오래가는 감각이다. 향내는 독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알싸함을 통해 한 세계 곁에 다른 세계가 열렸으며, 이곳이 그 경계임을 환기한다. 향내는 두 세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계한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1월 30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00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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