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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보자기-평범한 물건은 어떻게 `선물`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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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9-12 15:31 조회28,7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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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는 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같이 쇼핑백이나 비닐봉투나 가방 등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물건을 담아 이동하던 실용적 사물이다. 넓게 펼칠 수 있어서 물건 형태나 크기에 그리 제약을 받지 않고 담거나 묶을 수가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부피감 없이 가볍게 보관할 수 있는 편리한 사물이다. 보자기는 민간에서부터 궁중, 일상에서부터 관혼상제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었는데, `선물 보따리(보자기)`라는 말에서 보듯, 기분 좋고 정성스러운 선물 이미지를 대표하는 사물이기도 했다.

여기에서 유념할 사실은 보자기가 선물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가 단지 그 안에 물건을 담고 있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똑같은 물건이 어떻게 `선물`로 변화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보자기 자체가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기복신앙을 담고 있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보자기를 한자로 `보(褓)`라고 하는데, 이는 복(福)이라는 글자와 발음상 유사성을 지닌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마법이 생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선물`이란 물건의 물질성에 붙은 이름이 아니라, 상대에게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건네지면서 발생하는 `마음의 사건`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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