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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과도-`껍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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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9-29 14:32 조회30,0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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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있는 요릿집 주방, 소문난 식당 부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물이 무엇일까. 내게 이 질문은 자연의 존재를 인간의 `음식`으로 바꾸는 결정적인 도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들린다. `요리`나 `음식`은 자연이 인간의 문화로 전이되는 일이며, `식칼`은 `날것`을 가공된 생활세계로 전환시키는 출발점에 있는 도구다.

가공이란 사물의 타고난 몸체를 변형시키는 일이다. `요리`를 하는 일은 인간만의 고유한 행위다. 인간만이 먹기 위해 자연 존재에 형체 변형을 시도한다. 식칼은 자르고 베고 깎고 다듬고 썰며 저미고 다지며 도려낸다. 식칼 움직임에 따라 동물과 식물은 `고기`가 되고 `생선`이 되며 `채소`와 `과일`로 변화한다. 그것은 단지 큰 자연물을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전체로서 자연과 분리되지 않는 한 존재를 인간의 `메뉴`로 가공하고 번역하는 일이다.

`식칼`이라 통칭하지만 종류는 용도에 따라서 다양하다. 채소를 써는 칼과 고기를 저미는 칼이 다르며, 빵을 자르는 칼과 과일을 깎는 칼이 다르다. 대체로 고기를 자르는 칼은 크고, 과일을 깎는 칼은 작다. 물리적 차원에서 칼의 가장 예민한 운동 방식은 `깎는` 것이다. 과도의 본질이 `깎다`에 있다는 점에서 과도는 가장 예민한 칼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9월 19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216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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