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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잠수종과 나비', 그리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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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9-29 14:43 조회30,8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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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2년3개월 동안 병상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전갈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도중, 막 숨을 거두셨다는 연락이 다시 왔습니다. 그 순간 당연히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밀려오는 게 상식이겠건만, 제게 찾아온 첫 느낌은 '엄마가 육체의 감옥에서 해방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었습니다. 참 불효막심한 딸이지요.

어머니께선 2012년 6월 28일 쓰러지신 후 돌아가신 그 순간까지 눈 한번 떠보지 못하셨습니다. 그저 콧줄을 통해 음식을 공급받고, 호흡보조기의 도움을 받아 숨을 쉴 뿐, 손가락은커녕 눈꺼풀조차 움직이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주치의께선 어머니가 쓰러졌을 당시 이미 뇌세포의 70% 이상이 죽었고, 동공도 흩어진 상태라고 했습니다. 회복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는 이야기였지요.

주치의 선생님은 그런 현실 앞에 망연해 있는 제게 <잠수종과 나비>를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셨어요. 뇌졸중으로 쓰러져 이른 바 감금증후군 상태에 빠졌던, 세계적인 패션잡지 엘르의 전 편집장 도미니크 보비의 회고록 말입니다. 감금증후군이란 의식은 있으나 몸을 움직이지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를 말한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보비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왼쪽 눈과 눈꺼풀뿐이었습니다.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데 의식은 자유로운 자신의 상태를 보비는 잠수종(다이빙 벨)과 나비로 표현한 것이지요.

보비는 언어치료사와 오로지 눈 깜박임만으로 소통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기록했습니다. 언어치료사가 보여주는 알파벳을 보고 그것이 자신이 쓰려는 글자가 맞으면 눈꺼풀을 깜박거려 확인하는 식으로 글을 써간 것이지요. 그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20만 번 이상이나 눈을 깜박거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자신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 후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책에는 온전한 정신과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육체에 감금되어 외부 세계나 타인과는 아무런 연결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의 고통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의료진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 받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도 고마움도 전할 수 없는 자신에게 절망하기도 합니다.
(후략)

권태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대표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4년 9월 22일)

기사 전문 http://www.huffingtonpost.kr/taesun-kwon/story_b_58590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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