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자 - 마음의 침척(針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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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0-06 14:04 조회30,15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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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척`은 도량형의 단위로서 `자(尺)`라는 말의 한자다. 낚시꾼들이 큰 고기를 낚았을 때 `월척`했다는 말을 쓰는데, `한 자 넘는` 고기를 잡았다는 뜻이다.
`자`를 뜻하는 `척(尺)`은 상형문자다. 손바닥을 펴서 무언가를 재고 있는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을 표현한 `그림`이다. 무언가를 재는 기준으로 쓰는 도구를 `자`라고 부르는 데에는 `자`처럼 각종 도량형의 측정이 원래는 `한 뼘`같은 신체 비례를 기준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물의 길이와 부피와 무게를 재는 `자`는 사람에게 공간 감각의 통일성을 확보하게 하고, 개인 간 물건 교환을 가능하게 하며, 측정을 통한 각종 기술의 발달, 국가의 수취 등 문명의 전진 과정에 있어 전방위적 필수물이다. 자는 기준 없는 세계에 기준을 부여하여 개별적이고 파편적인 세계 감각에 계산ㆍ계측에 관한 통일적인 원근감과 보편적인 합의의 기준을 부여한다.
법의 정신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 천칭을 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인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준다`에서 `몫`은 몫을 잴 수 있는 정확한 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10월 3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27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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