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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두 운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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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1-12 18:16 조회29,8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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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의 인권 오디세이

파나마 북쪽 니카라과도 대운하를 건설하려 한다. 왕년의 반미 혁명가 오르테가 대통령이 중국계 회사에 운하건설 대가로 국토 사용권을 50년 동안 주었다. 제대로 된 논의도 없었다. 첫 삽을 뜨기도 전에 토지수용 대상 지역 농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주권 회복, 다른 한편으로 빈곤문제 해결의 상징인 두 운하. 우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면서도 보편적으로 발현되는 억압권력의 실체에 주목해야 한다. 억압권력은 때론 주권 침해로, 때론 불평등으로, 때론 약자 탄압으로, 때론 환경 파괴로 나타난다.

두개의 운하가 있다. 하나는 현존하는 운하, 또 하나는 만들어질 운하다. 하나는 올해 100년 되었고, 또 하나는 올해부터 파기 시작한다. 하나는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할 만큼 미국과 가까운 나라, 또 하나는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에서 만든다. 하나는 중국 노동자들이 닦은 철도를 이용해 건설했고, 또 하나는 중국의 자금으로 건설한다. 둘을 묶는 공통분모는 국가 발전 명분으로 모순적인 현실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전자는 파나마운하, 후자는 니카라과운하다.


파나마는 요즘 잘 풀리는 나라로 꼽힌다. 파나마시티는 여느 중남미 도시와 많이 다르다. 눈부신 마천루들이 뉴욕의 맨해튼이나 중국의 상하이를 연상케 한다. 부지기수의 호텔과 카지노들, 그리고 초대형 쇼핑센터들이 즐비하다. 운하 덕이 크다.

파나마는 원래 콜롬비아에 속했다가 20세기 초에 미국의 지원하에 독립했다. 미국은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파나마의 토지사용권을 사들였다. 십년 공사 끝에 1914년 8월15일 마침내 운하가 완공되었다. 대서양과 태평양이 한 물길로 만난 것이다. 파나마운하로 세계 무역이 크게 변했다. 매년 전세계 교역량의 6%, 물동량 4억t이 운하를 통과한다. 미국으로부터 운하를 반환받은 뒤 파나마가 벌어들이는 사용료가 연간 25억달러에 이른다. 국가의 젖줄이다.


파나마운하는 처음부터 말썽이 많았다. 미국의 통제권을 인정한 1903년의 조약은 문제투성이였다. 운하를 건설하면서 인종차별까지 발생했다. 같은 일을 해도 미국과 북유럽 출신들은 ‘골드’반으로 분류되어 달러로, 서인도의 유색인종과 남유럽 출신은 ‘실버’반에 속해 페소화로 임금을 받았다. 또한 파나마운하지대의 문제가 있었다.


파나마운하지대란 운하를 중심으로 양쪽 8㎞까지 땅을 미국이 직접 점거, 사용, 통제한 지역을 말한다. 파나마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광대한 국토, 서울의 2배 이상 되는 땅이 사실상 미국 영토였다. 1904년부터 1979년까지 미연방 정부가 파견한 총독 23명이 파나마운하회사 사장을 겸하면서 이 지대를 다스렸다. 행정조직, 법원, 경찰, 방송국, 우체국, 전용 마트, 극장, 학교, 거주타운이 있었고 미국인 4만5000명이 살았다. 자체 우표와 기, 게다가 미군 보병 여단까지 주둔했다. 운하지대에서 태어나면 미국 시민권이 주어졌다. 파나마 국민들은 평상시 운하지대 출입은 가능했으나 상점과 편의시설은 이용할 수 없었다. 운하지대 인근에서 파나마 국기를 내걸 수도 없었다. 파나마인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케네디 대통령이 운하지대에서 두 나라 국기를 함께 게양하게 했지만 미처 시행을 못 한 채 암살당했다. 그 뒤 총독이 고육책을 냈다. 양국 국기를 모두 게양하지 말자고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운하지대 미국인들이 들고일어났다. 파나마의 눈치 때문에 미국의 주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들은 운하지대 내 발보아고등학교에 몰려가 성조기를 게양했다. 반세기 전인 1964년 1월9일에 일어난 일이다.
(후략)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겨레, 2014년 11월 11일)

기사 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39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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