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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자주개발 사업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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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2-22 20:08 조회28,6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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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자주개발 사업이 국정조사의 도마에 올라갔다. 조사의 초점은 왜 크게 밑지는 곳에 투자해서 공적 자금을 허비했느냐는 것이다. 수십조원의 세금성 돈을 투자해서 대부분 날렸다면, 철저히 조사해서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다.

사실 자주개발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때 이미 싹텄고, 노무현 정부 때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자주개발의 핵심은 해외 의존율이 97%나 되는 에너지를 직접 개발해 들여옴으로써 국제 에너지 시장에의 의존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자주개발을 더 많이 할수록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 추진자들의 기본 인식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4%였던 자주개발률을 2013년에는 20%까지 끌어올려 유가 변동의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자주개발은 여러 면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 하고,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도 해야 한다. 돈이 이상한 곳으로 새어버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성과를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을 잘못하면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자주개발 사업을 통해 생산된 에너지가 싼값에 직접 국내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남의 나라에서 그 나라의 승인을 받아 그 나라의 기업들과 합작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국제 정세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상황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위험한 것은 자주개발이 에너지 자립을 돕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수급의 해외 의존과 화석연료 의존을 더 강화한다는 것이다.

자주개발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급 시스템을 지속하겠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주개발률이 높아질수록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진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여 자기 소유의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면서 다른 에너지를 따로 개발해 쓰는 것은 멍청한 짓이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주개발률이 100%라고 치켜세운 프랑스, 그리고 자주개발의 우등국으로 내세운 일본은 모두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을 고집하는 나라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열심인 독일은 자주개발률이 아주 낮다. 자주개발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100% 이상의 자주개발률에 맛들여 있던 영국은 값싼 가스와 석유에 취해 있다가 북해 유전 생산량이 내리막길로 들어서자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자주개발률이 높거나 높이려는 국가 치고 경제가 건전한 데가 없다. 100%인 프랑스는 물론 50% 수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20%인 일본 모두 경제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다. 반면에 자주개발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에서 미래를 찾는 독일과 자주개발률이 100%가 넘지만 오래전에 에너지 전환으로 방향을 튼 덴마크는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경향신문, 2014년 12월 17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217205509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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