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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열쇠고리-곁에 있는 작은 토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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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5-02-23 18:35 조회28,9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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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의 설렘이란 여행을 떠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그를 기다리는 친한 친구들에게도 있다. 허물없는 사이라면 그가 출국하며 가벼운 말로 약속했던 여행 선물이 은연 중 기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단한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는 거기서 어떤 반짝이는 것들을 보고 그중에 내 앞에 어떤 작은 풍경을 옮겨다 줄까.

반면 출국 때 설레던 내 마음은 입국 때가 되면 가볍게 초조해진다. 마땅한 아이템을 아직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쇠고리는 그때 적절하다. 우선은 ‘가성비’ 최고니까. 그러나 선물에 우선순위가 비용 문제 때문일 수만은 없다. 열쇠고리가 ‘선물’의 본질을 구현하고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은 아닐까.

열쇠는 그 자체로 완전한 사물이다. 다른 사물의 보조가 필요 없이 기능적으로 자족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떠한 종류의 열쇠든 생기면 열쇠 ‘곁에’ ‘더불어’ 있을 적절한 열쇠고리를 자동적으로 생각한다. 다른 열쇠를 더 달 ‘고리’가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가장 간단히 생각하면 예쁜 것을 달고 다니고 싶다는 ‘디자인적’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깊은 무의식은 ‘토템(totem)’에 닿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토템은 원래 부족 신앙이다. 가족과 가계를 지키는 신성한 동물을 모시는 것이다. 열쇠의 기본은 집 안으로 들어가는 대문 열쇠이며, 옛날에는 음식과 재물을 보관하는 곳간 열쇠가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요즘에는 자동차 열쇠가 중요한 열쇠로 추가되었지만, 그것 역시 집 안에 귀한 재물 ‘안으로’ ‘열고 들어가는’ 열쇠인 것은 마찬가지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5년 2월 13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149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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