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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타이어 - 잘 멈출 줄 아는 검은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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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8-12 16:00 조회29,9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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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신발은 어떤 신발일까. 혹시 여행객의 수호신이자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을 떠올렸다면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교양인이다. 그렇다면 `그 헤르메스가 오늘날 문명 세계에서 신발을 신는다면 어떤 형태일까` 하는 물음으로 더 나아가 보자.

아마 자동차 타이어가 아닐까. 현대문명에서 자동차는 공간을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절대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사물로 태어난 헤르메스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의 신발을 `타이어`라고 하는 것은 억지스럽지 않다.

자동차의 신발인 타이어는 오늘날 문명의 신발이기도 하다. 개인들의 신속한 이동은 물론이고, 광범위한 물류들이 타이어라는 `검은 신발`을 신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달려간다`. 고무를 주재료로 하는 이 사물은 현대문명의 물적 운동원리가 원거리 이동을 통한 물건 교환이라는 점에서 역사상 등장한 어떤 신발보다도 중요한 신발이다.

신발 형상을 규정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신발을 신은 자의 발 크기다. `검은 신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성능 `크기`에 정확히 발맞춘 신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타이어는 사람 신발 크기보다 더 엄밀한 정확성을 요구한다. 아이 신발은 내년에도 신을 수 있도록 적당히 헐거운 것을 신기기도 하지만 이 사물은 헐거워서 달리다가 벗겨지면 큰일 난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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