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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대야 - 낮고 동그란 아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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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8-18 11:17 조회29,9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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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담아서 세수나 세탁을 할 때 쓰는 넓적한 그릇을 대야라고 한다. 아주 옛날에는 그릇 자체가 귀했으므로 세수를 할 때만 썼던 사물이다. 현대 도시에서는 욕실 안에 서서 씻을 수 있는 세면대를 쓰는 일이 대부분이라 대야에 세수를 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 그래도 대야는 여전히 요긴한 사물이다.

젊은 엄마가 갓난아기를 목욕시킬 때 대야는 필수적이다. 세면대에 아기를 놓을 수 없으므로, 대야는 아기의 목욕탕이 된다. 엄마에게 대야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연약한 것을 돌보는 공간이 된다. 스스로는 일시도 살 수 없는 벌거벗은 존재에게, 대야는 어떠한 불안도 없는 즐거운 물장난, 엄마와 내밀한 눈맞춤, 다사로운 피부 접촉을 제공하는 놀이터가 된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과거도 대야 속에서 벌거벗고 있는 아기를 씻겨 주고 있는 우리 엄마 손이다. 아기와 엄마에게 모두 대야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사랑스러운 인간 접촉의 원형을 제공하는 사물이다.

의지할 데 없는 한 인간 개체를 또 다른 인간 개체가 돌보며, 그 돌봄이 서로에게 절대적인 행복을 선사하는 놀라운 경험은 어떤 `포즈`로 이루어지는가. 대야 앞에서 엄마는 무릎을 접고 허리를 굽히며 몸을 동그랗게 만든다. 시선은 낮은 자리에 있는 아이에게 맞춘다. 거기에서 내밀하고 달콤한 즐거움이 발생한다. 그러고 보면 대야는 발을 씻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기도 한데, 이때도 우리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만 한다. 발이 신체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8월 15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1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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