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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도로표지판 - 손가락만 따라가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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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0-27 12:06 조회27,9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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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은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 장자에 나오는 얘기다. 실은 간단하지 않은 얘기다. 사물의 실상과 그것을 지시하는 손가락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사물의 실상과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물의 실상(참된 사실이나 진리)에 이르는 길을 지시하는 `손가락`이 필요하다. 우리가 찾고 있는 `그것/그곳`의 위치를 모른다면, `그것/그곳`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달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달을 지시하는 손가락은 절대적이며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이 지시하는 방향에 가보면, 대체로 달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방향을 지시하는 손가락의 연쇄가 이어진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도로표지판은 일상에서 만나는 `손가락`에 해당하는 사물이다. 내비게이션 같은 첨단 길 찾기 도우미가 문전 안내까지 해주는 시대가 됐지만, 그렇다고 하여 도로표지판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갈림길에서는 도로표지판으로 방향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비게이션도 없이 생판 모르는 길을 가는 자동차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외국 시골길을 걷는 배낭여행족을 떠올려보라. 도로표지판은 절대적인 의지처가 된다. 그야말로 `손가락만 보며` `손가락만 쫓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10월 24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3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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