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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위기사회’ 자연에 삶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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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0-27 12:09 조회28,1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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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계속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렸다. 양평의 에너지독립하우스 두 집의 에너지 공급을 책임진 태양광발전소의 에너지 생산량도 평상시의 10분의 1로 떨어졌다. 두 집에는 비상이 걸렸다. 반드시 필요한 것에 속하지 않는 에너지의 소비는 자제하고, 저장시설에 남아 있던 에너지를 아껴 써야 했다. 목욕과 샤워를 뒤로 미루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 사용을 조절해서 에너지 사용량을 보통 때의 절반 이하로 줄였다. 이렇게 해서 태양에너지가 오지 않은 이틀을 무사히 넘겼다. 그래도 특별한 불편은 없었다. 생활을 자연에 어느 정도 맞춤으로써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제약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에도 자연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런데도 경제에 취한 사람들은 자연을 마음껏 이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그 대가로 어떤 형태로든 보복이나 재앙을 당한다. 경제에 취하면 자연은 고려에서 사라진다. 경제라는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이용 대상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자연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사람도 종종 고려에서 배제된다.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요구는 경제회생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개헌 논의는 “경제의 블랙홀”이 된다. 정당한 주장과 건전한 논의를 그들이 사로잡혀 있는 경제라는 블랙홀로 빨아들여 없애는 것이다.

대가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물이 썩고 벌레 같지 않은 벌레가 창궐하는 것은 물론이고, 잊을 만한 틈도 주지 않고 사고가 일어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제라는 블랙홀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그것이 자연의 보복성 결과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적폐로 인한 것이고, 안전수칙 준수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고, 스스로 안전하지 않은 곳에 뛰어들었기 때문일 뿐이다. 그들은 적폐를 없애고 안전의식을 높이기만 하면 이런 일들이 사라진다고 믿는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학교양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4년 10월 22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22205644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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