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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배고픈’ 인문사회과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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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1-03 14:45 조회28,3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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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70년이 코앞인 지금도 우리가 국내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할 교수 양성을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국내 교수진에서 미국 등 외국 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한국 대학의 핵심 기능이 정상이 아님을 입증한다. 국내 박사가 찬밥 신세이니 국내 박사과정에 대한 투자는 외면당하고, 배출되는 인력의 수준도 저하되어 차별과 취업난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해결의 실마리는 박사과정 생활장학금이다. 국내 대학원의 난국은 투자 부족과 푸대접 탓이다. 인문사회과학의 경우 국내 박사과정보다 해외 유학이 더 싸게 먹힌다. 우수한 한국 학생이 가령 미국 대학원에 입학할 때 대개 생활비를 포함한 장학금을 몇 년간 보장받는다. 아니면 1, 2년 후에 강의조교나 연구조교가 되어 학비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박사과정은 등록금 면제도 어렵고, 예비학자로서 훈련을 겸하는 장점을 지닌 강의조교나 연구조교도 따기 힘들다. 따라서 대다수 학생이 부업으로 생활비를 버느라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결국 너나없이 태평양을 건너는 징검다리 역할을 빼면 국내 대학원은 껍데기꼴이고, 우리 역사와 현실에 뿌리박은 독자적인 학풍 건설은 꿈에서나 그릴 얘기가 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화두가 되어왔다. 하지만 국내 박사의 경쟁력이 해외 박사와 어깨를 견준다고 공인받는 경우는 아직 자연과학, 공학의 일부 대학과 학과에 국한된다. 이들은 정부 지원과 산학협력 덕택에 등록금 면제와 함께 월 생활비까지 주며, 박사 취득 후 교수가 되기까지 몸담을 박사후과정도 모양을 갖추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국내에서 안정된 조건에서 국제수준의 연구를 해내는 것이다. 인문사회과학도 생활장학금이 한시바삐 생겨나야 동일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물론 당장 우려가 쏟아질 것이다. 돈을 준다 해도 기성 교수진이 국내 대학원의 질적 도약을 위해 분골쇄신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거의 모든 대학에 있는 해당 분야 대학원에 예산을 나눠줄 객관적 기준도 없고, 잘못하면 가수요와 잠재수요만 자극해 거품을 키우지 않겠는가? 반값등록금 이슈로 부각된 과중한 대학 학비 문제에 비하면 박사 생활장학금은 한가한 주장 아닌가? 모두 타당한 의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생활장학금을 포기할 이유가 아니라 제도 정착을 위해 해결할 과제이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교수, 영문학
(경향신문, 2014년 10월 31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31215949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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