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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젓가락-둘이 있어야만 시작되는 `사람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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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8-04 17:21 조회29,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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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사람다움`을 `인(仁)`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인`은 단독자로서의 인간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글자 모양을 보면 `사람(人) 둘(二)`이 모여 `인`을 이룬다. 공자는 `사람다움`을 두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마땅한 윤리적 덕성으로 이해했다.

일상의 사물 중에 가장 `사람다운` 사물이 무엇일까. `젓가락`이 아닐까. 젓가락은 한 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물이다. 젓가락은 걷는 두 다리, 움직이는 두 팔 모양으로 작동한다. 젓가락질은 기우뚱하지만 절묘한 평형감으로 허공에서 엇갈림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적절하고 정확하게 음식을 집어낸다. 젓가락질의 본질은 그것이 절대적 균형감의 소산이 아니라 한쪽만으로는 불구일 수밖에 없는 둘이 모여 만드는 `기우뚱한 균형감`이라는 데에 있다.

음악에서 `조화-화음`을 뜻하는 `하모니(harmony)`는 높이가 다른 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협업`이다. 화음이 시간적으로 진행되어 율동성을 갖게 되면 음악의 기본 구조인 `화성`이 된다. 같은 것이 모이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이 모여 적절한 수준에서 결합할 수 있는 율동감과 타이밍을 찾을 때 `하모니`가 된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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