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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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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0-06 13:59 조회30,5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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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대학 교수진이 학문연구와 교육에서 정치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함을 뜻한다고 이해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학생 스스로 가꾸는 발랄하고 자율적인 문화가 대학의 자율을 위해 결정적인 대목도 많다.

학기 초에 캠퍼스 곳곳에 경영 학술동아리의 회원모집 포스터가 유난히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요즘 이 동아리들의 공격적인 ‘리쿠르팅’에 불편해하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몇몇 대학의 경영 동아리 붐에 대한 기사까지 실릴 정도이니 소위 ‘대세’임이 틀림없다.

이 동아리들은 정식 학술동아리로서 엄연히 학생문화의 일부이다. 그러나 이들이 대학문화의 자율성 차원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동아리는 기업 후원을 받고 있음을 홈페이지에 밝힌다. 사회에 진출한 동아리 선배의 개인적 지원을 이렇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기업 등의 후원을 받을 때에는 행여 외부의 이해관계가 학생활동의 자율성과 충돌하지 않도록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 동아리가 신입 회원 경쟁률도 매우 높고 한 학기 3과목 이상에 해당하는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 한다니 더더욱 그렇다. 이들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진출한 선배 명단을 기수별로 온라인에 게시한다. 하지만 선배가 다니는 기업이 선호하는 능력에만 관심을 둔다면 학부생이 다져야 할 ‘기초 체력’에 소홀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학술활동보다는 좋은 기업에 다니는 선배와의 인적 유대가 주목적이라는 학생사회의 뒷공론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물론 학교도 경영 학술동아리가 기업이 신규 인력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을 대학과 학생에게 떠넘기는 도구로 기능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문화의 자율성은 깨지고 대학교육의 핵심이 흔들릴 수 있다. 회계학을 전체 신입생에게 필수로 한 모 대학은 극단적 사례이지만, 대학의 이념과 원칙은 갈수록 무시되고 있다.
(후략)

김명환 서울대 교수
(경향신문, 2014년 10월 3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03210102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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