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부조금 봉투-돈을 제의로 바꾸다 > 회원칼럼·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회원칼럼·언론보도

[함돈균] 부조금 봉투-돈을 제의로 바꾸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1-17 14:14 조회30,379회 댓글0건

본문


친구의 결혼식과 친지의 장례식이 하루에 있은 날이 있었다. 같은 형태의 흰 봉투에 넣은 돈이 하나는 인생의 새 출발에, 다른 하나는 인생의 마무리에 건네진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부조금(扶助金)’은 인간의 공동공간적 존재를 드러낸다. 죽은 이가 그들을 기억하지 못해도 장례식장에는 부조금을 들고 고인을 찾아오는 뜻밖의 사람들이 늘 있다. 고인은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내가 묶여 있다’는 사실을 더 절감하는 것은 실은 이 장소를 찾아가는 나 자신이 아닌가. 아주 먼 곳까지, 아무리 바빠도 자발성과 뒤섞인 의무감 같은 것이 나를 그의 극적인 인생 현장으로 이끈다. 이 의무감의 정점에 이 사물이 있다. 불가피한 일로 내가 공동의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부조금 봉투’는 반드시 그 시각 그곳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조금’은 관습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사회적 인사고, 냉소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현금’에 불과하다. ‘부조금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어른들의 가벼운 넋두리는 관습적 사물로서 이것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갖게도 한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11월 14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4257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Segyo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TEL. 02-3143-2902 FAX. 02-3143-2903 E-Mail. segyo@segyo.org
0400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서교동 475-34) 창비서교빌딩 2층 (사)세교연구소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