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이어폰 - 연인들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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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12-01 12:24 조회28,4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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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떨어진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은 여자와 남자가 환하게 웃는다. 계절은 어느덧 만추를 지나 겨울에 와 있지만 그들의 웃음은 계절 변화를 거스르는 듯 싱그럽고 다사롭다. 굳은 표정을 하고서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걸어가는 주위 사람들과 그들 표정은 얼마나 다른가. 하지만 세상에 속하면서도 세상 사람들과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그들은 지금 서로 완전히 닮은 얼굴이다.
남자의 오른쪽 귀에서 뻗어나온 가는 하얀 줄은 여자의 왼쪽 귓속으로 뻗어 들어간다. 어떤 시인이 얘기했던 것처럼, 이어폰은 한 신체에서 또 다른 신체로 뻗어나간 식물 줄기 같다. 그들의 웃음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는 나무 생장의 표현이다.
저 연인 귓속에서는 지금 어떤 음악이 들리고 있을까. 만추에 어울리는 피아노 소리일까, 우수에 찬 재즈 색소폰 연주일까. 사람 음성으로 불리는 로맨틱한 노래일지도 모른다. 이 순간 분명한 것은 저 둘은 같은 소리를 듣고 있으며, 다른 이들은 주위에 있어도 그들이 무얼 듣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저 연인을 곁에서 계속 관찰한다고 한들 그들 세계에 끼일 수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사물은 그런 점에서 세상에 배타적이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11월 28일)
기사 전문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47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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