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정치와 예술은 사실 밀회하고 있었다 -'문학의 아토포스' 펴낸 진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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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8-22 13:55 조회30,5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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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미술관, 정치는 의회에 있다는 이분법은 파열되어야 할 허구"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그림 ‘세월오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과 싸우는 모습을 그린 그림에 비엔날레 측이 전시 유보를 결정하면서 작가들은 작품을 철수했고 비엔날레 대표는 사퇴를 선언했으며 그림을 그린 홍성담 씨는 명예훼손으로 고발됐다.
예술과 정치를 둘러싼 이 오래된 논란 속에 또 하나 오래된 것이 있다면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시비다. 미술평론가 임근준 씨는 이 그림에 대해 “몹시 시대착오적이지만, 그래서 더 흥미로운 파국을 빚어내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 “홍성담 씨가 뭘 그리든, 민주화의 혜택을 받고 사는 우리는, 참고 바라보는 게 예의임”이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참고 바라본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림을 본 이들이 찡그린 얼굴을 애써 감췄다면, 그것은 철 지난 민중예술에 대한 권태일까 아니면 정치적 효용성 때문에 방기된 예술성을 봤기 때문일까.
진은영 시인이 낸 ‘문학의 아토포스’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해묵은 대립에 ‘오늘날’의 답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답한다기 보다는 파열시킨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데, 시인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예술을 정치적 예술이라 부르는 기존 프레임을 깨부수고 정치와 예술이란 단어를 재정의하길 촉구한다. 그는 두 개의 개념 즉 “정치는 특정 체제 안에서 권력을 점유하는 일이 아니라 그 합의의 체제를 넘어 새로운 분배의 방식을 끊임 없이 모색하는 일”(자크 랑시에르)과 “문학은 언어를 통해 기성세계의 합의된 질서에 불일치를 제기하는 모든 활동”(김수영 시인)을 나란히 불러 세워 정치와 예술의 필연적 만남을 암시한다. 기성 질서에 대한 전복이라는 지점에서 예술과 정치가 “사실은 밀회하고 있었다”는 시인에게 두 영역의 합일이 공고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뭔지 물었다.
(후략)
황수현 기자
(한국일보, 2014년 8월 22일)
기사 전문 http://www.hankookilbo.com/v/19bc99337c684a1492cf17259c86fc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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