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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부채-스스로 만드는 바람,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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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8-25 11:28 조회29,7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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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라는 말은 `부치는 채`가 줄어든 말이다. `채`는 이런저런 일용품을 만들기 위해 나무나 대 등의 껍질을 벗겨서 가늘고 길게 만든 낱낱의 조각을 말한다. `부채`라는 말은 350여 개 고려 어휘가 기록되어 있어 옛 한국어의 보고로 여겨지는 송나라 손목의 `계림유사`에도 나온다. 고려인들도 사용했던 단어라니 말 자체도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사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15세기 이후 유럽 대중에게 널리 전파된 중국 부채의 유행으로 18세기 즈음 파리에서는 멋쟁이 여성들의 필수품이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지만, 예전에는 여름이면 사람들 손에 가장 많이 들려 있던 사물이 부채였다. 물론 현대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부채는 왕의 하사품이나 국제무역에 쓰이던 귀한 물건이기도 했다.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부채는 이제 현대 도시인의 사물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 사물의 여전한 매력은 있다. `가지고 다니는 자연스러운 바람`이며 `나를 향한, 나를 위한 바람`이라는 사실. 최근에 시골로 출장을 다니면서 부채를 오랜만에 사용하게 됐다. 부채 바람은 모터 프로펠러로 강제하는 선풍기의 조각난 바람처럼 얼굴을 퉁명스럽게 `가격하지` 않았다. 부채 바람은 자연풍에 가까운 `한 덩어리` 바람이었으며, 필요한 때에 어디에서나 내가 `불러올 수` 있는 `자발적 바람`이었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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