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욱] ‘안철수 현상’의 정치적 재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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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9-19 15:01 조회29,4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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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파동’은 사실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파격적인 측면이 있긴 하나 찬찬히 살펴보면 ‘일관성 있는’ 민주당의 행태일 뿐이다. (참고로,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세간에선 그냥 민주당이라고 한다. ‘새정치’는 이미 사라졌다는 것일까? 아무튼 필자도 여기서 그리 부르겠다.) 민주당은 꽤 오래전부터 ‘정치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소속 의원들의 다수가 이념이나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거나 정치적으로 대표하고자 하는 계급이나 계층이 같아서가 아니라 그저 각자의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해 모여 있을 뿐이란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자영업자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정당이다. 지역 기반의 거대 양당체제에서 그 당은 아무리 못해도 늘 2등은 할 수 있는 정당이다. 그 당에서 공천만 받아내면 영남권을 제외한 어디서든 일단 당선 가능성은 제법 크게 열린다. 호남권의 경우는 거의 100%이다. 게다가 이념정당들처럼 당의 존립기반이라 할 수 있는 사회세력이 따로 있어 그들이 바깥에서 ‘감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특정 계급이나 계층 등의 눈치를 볼 필요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굳이 꼽자면 호남유권자들 정도가 신경 쓰일 터인데, 지역주의가 여전히 변수인 이상 그들에겐 어차피 다른 선택지도 없다. 물론 하나 지킬 것은 있다. 새누리당과는 반드시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그 진영논리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누구든 ‘자영업자 모임’에 합류할 수 있다. 요컨대, 민주당은 사회와 시민들로부터, 즉 대표와 책임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로부터 매우 자유로운 정당이란 것이다.
그에 비하면 새누리당은 당기(黨紀)가 훨씬 센 정당이다. 무엇보다 당의 핵심 존립기반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누구도 재벌, 대기업, 부유층 등의 시장세력 및 그들과 공생관계에 있는 사회 각계 기득권층의 이익에 거스르는 행동을 사사로이 할 수 없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당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는 탓이다. 자본계급과 기득권계층의 정당 구속력이 상당하다는 것이고, 그 자체가 당기로 작동한다. 이러한 당에서 ‘박영선 파동’ 따위가 일어날 여지는 별로 없다. 당 지도부의 구성, 지도부와 일반의원들 간의 역할분담, 소속 의원들의 정치활동 등을 규율하는 핵심 당기가 늘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는 오직 기득권 계층을 대표하는 정당만이 존재한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양당체제에서 한 쪽은 수구보수파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한 반면, 다른 쪽은 그저 ‘잡탕’ 정당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그러니 사회 구성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민의가 정치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리 없다.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을 대표해야 마땅할 제1야당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의해 무시당하는 작금의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후략)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4년 9월 18일)
기사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182101025&code=9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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