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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스타킹 - 여성 댄디 또는 가을 숙녀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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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9-12 17:51 조회28,7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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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핫팬츠와 샌들은 여름이 민낯의 시간, 청춘의 계절임을 보여 준다. 이 패션 사물들의 전략은 `입는 척`하는 것이다. `숙녀`가 된다는 것은 `청춘`을 산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 속하는 일이다. 청춘은 민낯과 맨살로 가능하지만, 숙녀는 `입어야` 한다. 숙녀는 문명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청춘은 젊음을 자연 시간의 일부로 느끼는 육체적이고 발산적 기분이다. 반면 `숙녀의 기분`은 자기 시간을 문명의 지평 위에 위치시키려는 욕망에서 발생한다. 이 문명화 과정에는 `억압`이 불가피하다. 프로이트가 문명은 불만이 많고 신경증적이라고 한 게 이 뜻이다. 시인 보들레르는 이 신경증의 자발적이고 정신적인 수용에서부터 절제력 있는 예술가적 태도, `댄디(dandy)`가 태어난다고 말했다. `숙녀`란 일종의 `여성 댄디`다.

발산적 청춘으로 뜨거웠던 그녀의 여름이 어제였는데, 가을 초입에 선 오늘의 그녀는 어떻게 다시 조신한 댄디로 변신할 수 있는가. 이맘때 신기 시작하는 가을 스타킹은 그녀를 숙녀로 입문시키는 마술적인 사물이다. 스타킹은 매우 얇기 때문에 오히려 살갗을 민감하게 긴장시키며, 맨살이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자기와 타인 모두에게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각인시킨다.

이 `인공 피부`는 의외로 힘이 세다. 맨살에 전달되는 미묘한 긴장은 자유롭고자 하는 몸의 야생 본능을, `입고 가리고 절제하는` 문명인의 품성으로 전환한다. 이 사물은 신체로 하여금 저도 모르는 `피학적` 욕망을 자연스럽게 문명적 형태로 전환하여 수용하게 하는 감각의 인공 변증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댄디`라는 단어를 19세기 서양에 유행시키는 데 기여한 사물인 넥타이를 스타킹과 비교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후략)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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