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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일]‘동부하수처리장’ 제주 월정리 문제는 왜 복잡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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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7-10 17:46 조회2,7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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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월정리가 제주에 묻다] (1)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 줄 알았던 제주 구좌읍 월정리가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제주도와 월정리마을회가 ‘갈등 종결’ 대타협을 통해 6년째 멈춰섰던 증설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월정리 문제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지금의 월정리는 제주의 어떤 역사적 장면이고 사회적 단면인가.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떠한 과제가 남아있는가. 월정리의 지난 시간이 제주도의 미래에 건네는 물음은 무엇인가. 현장을 지켜봤던 실천적 학자가 보내온 글을 7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글]

<글 쓰는 순서>
① 월정리 문제는 왜 복잡한가?
② 월정리 싸움은 님비인가?
③ 유네스코 등재는 월정리에 무슨 의미였나?
④ 지하의 동굴은 어떻게 지상의 정치를 일으켰나?
⑤ 바다의 값은 얼마이며 바다의 주인은 누구인가?
⑥ 해녀들은 어떻게 운동의 주역이 되었는가?
⑦ 월정리발 분산화론은 제주도의 미래에 무엇을 말하는가?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으로 월정리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으로 월정리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관광지형 국제자유도시 제주와 환경 갈등들

국제자유도시 지정 이후 제주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개발과 관광객 유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제주도는 1970년대부터 ‘동양의 화와이’를 표방하며 마찬가지로 화산섬인 하와이를 관광지화의 모델로 삼았는데, 면적은 하와이가 제주도의 15배 정도로 크지만, 인구수는 하와이가 약 100만명, 제주도가 70만명으로 1.5배 차이이며, 관광객 수는 제주도가 이미 2015년에 1,000만 명을 넘어서 하와이(같은 해 817만 명)를 앞질렀다. (장규석, “작년 제주관광객 하와이, 발리보다 많아”, 『노컷뉴스』 2015.04.24.)

관광지형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위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는 중산간 골프장 개발, 해안가 리조트 건설 그리고 이에 따른 도로 확장 등 인프라 구축을 동반하고 있다. 그리하여 빠르게 추진되는 개발의 이면에는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 경관 훼손 같은 사회적 문제와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상징적인 사례로서, 작년인 2022년 8월 24일에는 ‘제주사회 지역갈등 합동토론회’가 개최되어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및 진입도로 건설, 성산 제주 제2공항 건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비자림로 확장 공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 제성마을 도로 확장, 월정리 동부하수종말처리장 증설 등의 사안에 따른 환경갈등 현장의 반대운동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이 회합은 이후 ‘제주난개발저항지역연대’ 결성으로 발전했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월정리에 입지해 있으며, 세계유산 완충구역과 맞닿아 있다. / 출처=제주도 제공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월정리에 입지해 있으며, 세계유산 완충구역과 맞닿아 있다. / 출처=제주도 제공

월정리 문제의 개요

위의 환경갈등 사안들은 공항(성산), 해군기지(강정), 리조트(송악산), 사파리(선흘) 건설 사업과 도로 건설 및 확장 사업(강정, 서귀포, 제성, 비자림로)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농지, 초지, 산림, 해안가, 도시 속 녹지공간 등의 편입과 변형을 동반한다. 그런데 모두 제각각 특징적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질적인 것이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이다. 이 사업은 자본 증식을 위한 일반적인 개발 사업이 아니라, 명목상으로는 생활 오수 등을 정화하여 바다로 방류하는 처리 용량을 늘림으로써 환경오염 저감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증설 사업은 동부하수처리장의 하수 처리량을 현재 하루 1만 2,000톤에서 2만 4,000톤 규모로 늘리는 것이 골자이다. 이는 제주도 동부 지역의 인구 증가와 관광지화로 인한 하수 유입량 증가로 인한 것이다. 동부하수처리장은 1997년 착공해 십년이 지난 2007년 1일 처리량 6,000톤 규모로 완공되었고, 2014년에 1일 처리량 1만 2,000톤 규모로 증설되었으나 불과 3년만인 2017년 1일 처리량 2만 4000톤으로 제2차 증설 계획이 수립되었다. 안우진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월정리 하수처리장의 가동률은 평소에도 70~80%가 넘고 비가 오면 120%로 넘쳐버린다”고 밝히고 있다. (김양진, “똥물 바다에 그 흔한 우뭇가사리도 없다”, 『한겨레21』 1417호. 2023.06.13.에서 재인용.)

이에 따라 2017년 9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시작했지만 월정리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는 중단되었고, 2021년 10월 제주도정이 공사 재개를 결정했지만 월정리 주민들이 동부하수처리장 진입로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24시간 보초를 서며 공사를 막았다. 그리고 2022년 1월,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반대운동을 마을 차원에서 조직화했다. 그런데, 1년 뒤에는 월정리 마을 총회에서 비대위가 해산되고 ‘월정리 미래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증설 수용과 제주도정과의 보상 협의로 방향을 틀었지만, 해녀회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이어지다가 6월 15일 오영훈 도지사와 해녀회의 간담회에 이어 6월 20일 도시사와 월정리 임원진의 공동회견에 이르렀다.

6월 20일 오전 제주도청 본관 로비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와 월정리마을회 공동 기자회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6월 20일 오전 제주도청 본관 로비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와 월정리마을회 공동 기자회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요구와 약속들

그리하여 ‘5년 8개월만에 공사 재개’를 알리는 기사들이 올라왔지만, 월정리 문제가 해소되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6월 20일 공동회견 자리에서 제주도가 약속한 내용을 살펴보자.

  ① 방류수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수질관리 
  ② 해양 방류관 연장(1.34㎞) 
  ③ 월정리 연안 생태계 조사 
  ④ 삼양 및 화북지역 하수 이송 금지 
  ⑤ 동부하수처리장 추가 증설 없음 
  ⑥ 법률과 기준 내에서 마을주민 숙원사항 최대한 수용 
  ⑦ 용천동굴 문화재구역에 영향이 없도록 철저하게 준비 
  ⑧ 투명한 절차 진행으로 신뢰를 확보할 것

이어서 6월 15일 월정리 해녀회가 간담회에서 요구한 내용을 확인해보자.

㉮ 제주시 동지역에 위치한 삼양처리분구를 월정처리구역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동부하수처리장은 조천읍과 구좌읍 관내 하수처리만 담당한다.
㉯ 동부하수처리장 3차, 4차 증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 삼양처리분구를 연결하지 않을 경우 12000톤의 증설은 과도하며 증설에 필요한 적정용량으로 증설하는 계획을 수립한다.
㉰ 해녀회와 시민들에게 행해지는 공사방해가처분 인용 집행 청구 및 고소고발을 취하한다.
㉱ 삼양처리분구의 하수 유입 여부와 하수처리 방류수의 수질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민관합동 감시단을 구성한다.
㉲ 세계자연유산본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미래 변형예측 연구 용역”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주민 추천 자문위원 수를 동수로 구성한다.
㉳ 해녀회와의 협의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공사 진행은 멈춘다.
㉴ 협의된 내용을 구속력 있는 문서로 남긴다.

그 간극에서 드러나는 월정리 문제의 복잡함

공동회견에서 제주도가 약속한 사항은 해녀회의 요구 내용을 일정하게 반영하면서도 간극을 보이고 있다. 해녀회 요구 내용에 견주어 제주도 약속 내용을 비교해보자.


그 간극에서 드러나는 쟁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월정리 문제는 왜 복잡한가

월정리 문제의 복잡함은 이러한 요구와 약속 사항의 간극에서만 엿보이는 것이 아니다. 애초 2017년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계획 발표 이후 월정리 문제가 이토록 장기화된 데는 이미 월정리 문제의 복잡함이 작용하고 있다.

• 월정리는 농어촌으로서 밭과 함께 어장이 생계의 주요 터전이며, 최근 십년 사이에 관광지로 부상해 환경 부하가 커지고 있다. 

• 월정리의 지하에 존재하는 용암동굴(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 2007년 6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고, 비대위와 해녀회 등은 세계유산인 용암동굴의 보호를 증설 반대의 논리적 근거로 삼음으로써 이 사안은 마을(월정리), 지방(제주도), 국가(한국), 세계(유네스코) 차원의 행위자들이 얽히는 문제가 되었다.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으로 인해 동굴 지상부의 농토가 강제 편입되어 농사의 제약이 생겼는데, 동부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하수의 양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마을 근해가 오염되어 공동어장의 활용도마저 낮아지고 있다.

• 지상-지하-바다의 문제가 연계되어 있다. 동부하수처리장은 지상에 건설되어 있으나 반대 주민들은 인근이 동굴 지대이기 때문에 동부하수처리장을 확장하면 지하의 용암동굴을 훼손하고, 장래에는 보다 많은 하수를 이곳에서 처리하게 되어 근해의 황폐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장기간 이어진 반대운동에서 공동 어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해녀들이 주역을 맡아왔다. 그러나 가부장성과 위계성을 띠는 마을회에서 고령의 여성들인 해녀들은 주변화되었다. 한편 제주시민사회에서는 해녀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그들의 바람은 해녀의 생존권 지키기, 월정리 바다 지키기, 하수 정책 변경, 용천 동굴 보존, 행정의 지난 과오 추궁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하여 월정리 문제는 복잡하다. 복잡한 문제는 그에 걸맞은 접근과 고찰이 필요하다.


윤여일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제주의 소리 2023년 6월 27일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1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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