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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젊은이 마음을 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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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4-25 16:50 조회23,2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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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우리에게도 국민 대다수가 존경하고 좋아할 만한 전직 대통령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이 나라에는 호명할 때 전 대통령이라는 말이 앞에 붙는 사람이 넷이나 살아 있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친근함이나 존경심을 느끼지 않는다. 재임 시에 지지도가 높았거나 국가 경영을 잘했어야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퇴임 후의 삶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지미 카터나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는 대통령이나 총리를 할 때는 인기가 높지 않았지만, 퇴임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 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우리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재임 시에는 언어와 행동이 종종 돌출적이어서 인기가 아주 낮았지만,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서 조용히 시작한 유기농 사업에 몰두해서 성공했다면 많은 사람이 좋아했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퇴임 후에 하겠다던 환경운동에 투신해서 진정성을 인정받으면 사랑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거듭날지 모른다.

그러나 존경받고 사랑받는 전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는 말과 행동이 그동안 청와대에서 살다간 어떤 사람보다 더 신중하고 우아하다.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차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지율도 5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또는 관리를 잘해서 지지율이 60%에 달한다고 평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무리 봐도 잘하는 게 없는데 그토록 많은 국민이 지지하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60대 이상에서 90% 가까운 지지를 받는다. 반면에 20대에서는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한다. 말과 행동의 절제나 신중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미래구상보다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깊은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큰 호감을 보이지만, 앞날에 대한 기대나 우려, 새로운 것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강한 젊은이들은 매력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큰 정책이나 발표는 젊은이들의 미래와 직접 연관되는 것이 많다. 통일대박론이나 드레스덴 발표 같은 대북관련 정책의 예상 ‘수혜자’는 젊은이들이다. 이런 정책이 그 당사자들에게서는 지지받지 못하는데, 구경꾼격인 60대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에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석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을 이룩한 독일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런 이유에서 핵안보정상회의 후에 독일을 방문했고, 드레스덴 제안도 했다. 그렇지만 독일의 통일 여정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것 같다. 독일에서 통일 준비는 빌리 브란트 총리가 시작했다. 그는 베를린 시장을 할 때 동독 탈출 시도자들에 대한 동독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과 살해를 경험했다. 이때 그는 분단과 싸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총리가 된 후 분단극복을 위해 그가 내세운 정책은 동독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접근을 통한 변화’였다. 이 정책은 과거와 현재에 집착하는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그는 의회를 해산한 후 총선에서 다시 총리로 선출되는 모험을 통해 자기 생각을 관철해갔다. 젊은 사람들은 그의 미래 구상에 매혹되었고, 그 결과 이들의 투표 참여와 지지율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독일의 통일준비는 젊은이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던 정책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에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우리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마음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브란트는 퇴임 후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사랑받고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펴고, 그럼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50% 이상 받아야만 할 것이다.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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