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엽] “당신도 인사청문회에 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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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7-09 15:59 조회27,95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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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들 대부분이 불법, 비리, 부패와 연루되어 있다고 보도되었다. 그래도 다들 자진사퇴 없이 꿋꿋이 인사청문회까지 왔다. 그럴 정도면 “뭔가 오해가 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이런 항변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저 “잘못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한다. 나이 오십줄의 인간들이 천명을 펼치는 것은 고사하고 친구의 연필 훔치다 걸려서 담임선생님 앞에 선 초등학생 시늉을 하는 걸 보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다. 더 나아가 담임 앞의 초등학생과 달리 잘못했다는 말이 믿기지도 않는다. 내 보기에 그들의 변명 가운데 진심을 담고 있는 말은 오직 “관행이었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고약한 말이긴 하지만 말하는 이들부터 진심이어선지 이 “관행”이라는 말은 사람들 마음속에 파고드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이 말로부터 사람들은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떠올리게 되며, 장관 후보자들과 별로 다를 것 없이 유리한 관행에 몸을 실었던 경험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어제 하루 내가 했던 일만 봐도 관행과 법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난 적이 많다. 운전을 하며 네다섯번 도로교통법을 위반했고, 불법 다운로드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서 내가 죄의식을 느꼈을까? 전혀 아니다. 집의 프린터에 종이가 떨어졌을 때 사무실에서 A4 용지 한 통을 집어온 적도 있는데, 그러면서 내가 한 일은 집에서도 학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것이었다.(후략)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 2014. 7.8.)
기사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45994.html
그런데 고약한 말이긴 하지만 말하는 이들부터 진심이어선지 이 “관행”이라는 말은 사람들 마음속에 파고드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이 말로부터 사람들은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떠올리게 되며, 장관 후보자들과 별로 다를 것 없이 유리한 관행에 몸을 실었던 경험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어제 하루 내가 했던 일만 봐도 관행과 법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난 적이 많다. 운전을 하며 네다섯번 도로교통법을 위반했고, 불법 다운로드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서 내가 죄의식을 느꼈을까? 전혀 아니다. 집의 프린터에 종이가 떨어졌을 때 사무실에서 A4 용지 한 통을 집어온 적도 있는데, 그러면서 내가 한 일은 집에서도 학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것이었다.(후략)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한겨레, 2014. 7.8.)
기사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459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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