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장인정신’만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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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5-21 17:14 조회33,06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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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50년이 넘은 낡은 집을 에너지독립형으로 수리할 때 일이다. 밤새 불어닥친 심한 바람으로 집이 15도 이상 기울어졌다. 낙담이 컸고 손쓰기도 어려워서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지붕이 살아 있었기에 마음을 다잡아 바로 세우기로 했다. 기둥과 서까래에 줄을 여러 가닥 단단히 붙들어매고 며칠에 걸쳐 조금씩 당겨서 수직으로 바로잡았다. 수리 작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그때 일이다. 기울어진 집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절망적이었지만 일을 끝낸 후에는 즐거움이 컸다.
집을 수리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몸을 움직여서 스스로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가 머리만을 써서 무슨 일을 해냈을 때보다 더 큰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울어진 집을 세우는 일에 필요한 것은 몸만이 아니다. 생각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토바이 수리업을 하면서 대학 강의도 하는 미국의 철학자 매튜 크로퍼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어려서 기계공 기술을 익힌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어느 싱크탱크에서 연구원 일도 했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고객의 눈치를 보는 연구에 실망해서 다시 기계 만지는 일로 돌아가 밥벌이를 하고 있다.
(후략)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4. 5. 7.)
기사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07204928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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