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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새정치 연대’를 도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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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3-03 14:28 조회19,5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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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가 다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연대 얘기만 하면 고대 분들이 섭섭해하세요”라는 썰렁한 개그를 던지며 논의를 피해 가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수많은 고대 출신들이 섭섭해하는 건 오히려 연대의 중요성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듯한 안 의원의 현실 인식이다. 안 의원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자신이 정계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새 정치’를 펼쳐보겠다는 게 아니었는가? 한국 정치의 ‘새 판짜기’ 작업이 과연 자기세력만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


 

구체적 내용을 다 밝힌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안 의원이 말하는 새 정치의 핵심은 대결의 정치를 조장하는 작금의 거대 양당 기득권체제를 타파하고 온건 다당제를 구축함으로써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포용과 합의의 정치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당제의 확립을 가능케 할 거의 유일한 방안은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과 같은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다. 민심의 요약인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여 국회 의석을 각 당에 배분하는 선거제도가 작동할 때에야 비로소 안정적인 다당제가 구축될 수 있다. 연대는 바로 그 비례대표제의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물론 20세기 초의 벨기에,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와 같이 노동계급의 정치력 응집과 폭발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 때 비례성을 보장하는 새 선거제도가 급진적으로 도입될 수도 있다. 그러나 21세기 초의 한국은 전혀 그럴 만한 환경에 있지 아니하다. 노조 조직률은 10%에도 못 미치고, 그나마 노조 구성원들의 대다수인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개 노동계급이 아닌 중산층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안철수신당, 아니 ‘새정치신당’은 노동을 기반으로 삼을 좌파 정당도 아니다. 그 당은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의 통합”으로 꾸려질, 결국 세간의 평가대로 중도(보수)로 위치 지어질 정당이다. 그렇다면 새정치신당은 20세기 초의 덴마크나 네덜란드 혹은 전후의 독일에서 어떻게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 나라에선 중도정당이 좌파정당과의 연대를 도모함으로써 선거제도의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덴마크에선 중도우파인 자유당과 사민당, 네덜란드에선 기독교 계열 중도정당들과 사회주의세력들, 그리고 전후 독일에선 중도보수인 기민당과 사민당 간의 중도-좌파 연대가 성사돼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새정치신당이 비례대표제의 강화를 통해 새 정치체제를 만들어가겠다면 네덜란드와 독일 등의 예를 따라 중도진보 및 진보 정당들과의 연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새 정치를 염원하는 모든 세력들이 한 데 모여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협력해야 ‘헌정치’ 수구 세력의 높은 벽을 어렵게나마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론을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폄하해선 안된다. 연대는 새 정치 구현을 위한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정치행위다. 정치는 모름지기 연합과 연대의 예술이다. 유럽의 선진 합의제 민주주의 국가들이 하나같이 연대와 연합의 정치를 제도화 상태로까지 올려놓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연대문제를 놓고 안 의원 측은 오히려 민주당에 공세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거연대의 조건으로 호남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파괴력 있는 정치개혁안 수용을 요청할 수도 있다. 또는 현재 25% 내외인 새정치신당의 지지율이 그대로 총선 득표율로 이어질 경우 신당이 75석(300석의 25%)가량의 의석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의 순도 높은 비례대표제 도입을 조건으로 걸 수도 있다. 요컨대, ‘새정치 연대’를 주장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은 신당의 강력한 지원군이 될 것이며, 연대의 주도권은 신당이 행사할 수 있다. 그 연대가 지방선거를 거쳐 2016년 총선까지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해갈 수 있다면, 그리하여 연대에 참여한 제 정당과 정파들이 20대 국회의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면, 거기서 비례대표제 강화 법안은 통과될 수 있으며 그때부터 새 정치는 시작될 수 있다. 안 의원의 구상은 연대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4.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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