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엽] 그들이 악마는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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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5-21 14:54 조회33,26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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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하는 선장과 선원의 모습을 보며 분노한다. 동시에 의문스러워한다. 그래서 ‘악마’라는 답을 떠올린다. 그들이 아예 다른 종류, 가령 악마라면 분노가 치밀긴 해도 이해가 어렵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심각한 상태를 예시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명치끝에 뭔가 걸린 듯이 답답해진다.
“가만히 있으라.” 짐작건대 이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승객들 모두가 갑판으로 뛰쳐나오고 그러면 자신들이 구조될 확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지독하게 이기적이었다. 하지만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탈출할 때 그들은 아주 태연하다. 이들이 ‘악마’가 아니라면 이 태연함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경이 도착했으니 그들이 승객들을 구하겠지”라고 믿었다고 보는 것이다. 선원들은 해경이 ‘자신들과 달리’ 선의를 가지고 직무에 충실할 것이라 믿었으며, 또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승객 수백명이 죽게 될 것을 예상했다면 구조 직후 전화나 걸며 한갓지게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후략)
김종엽 한신대 교수
(한겨레, 2014. 5. 13.)
전문 링크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6760.html
“가만히 있으라.” 짐작건대 이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승객들 모두가 갑판으로 뛰쳐나오고 그러면 자신들이 구조될 확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지독하게 이기적이었다. 하지만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탈출할 때 그들은 아주 태연하다. 이들이 ‘악마’가 아니라면 이 태연함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경이 도착했으니 그들이 승객들을 구하겠지”라고 믿었다고 보는 것이다. 선원들은 해경이 ‘자신들과 달리’ 선의를 가지고 직무에 충실할 것이라 믿었으며, 또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승객 수백명이 죽게 될 것을 예상했다면 구조 직후 전화나 걸며 한갓지게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후략)
김종엽 한신대 교수
(한겨레, 201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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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67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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