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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재난, 인권 그리고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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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5-28 14:23 조회31,0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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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전세계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 중 세월호 침몰은 사망자와 실종자 수로 따져 열번째 안에 든 사건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고들은 대부분 자연재해로 인한 경우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2년 세네갈에서 르줄라호가 침몰하여 1863명이 희생되는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주원인은 폭풍 때문이었다. 세월호 사건은 소위 ‘인재’로 인한 선박 침몰 중 세계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대형 사고다. 거의 완전히 예방 가능한 일이었기에 비통과 분노가 이토록 큰 것이며, 사고의 성격이 어처구니없을 만큼 초보적이어서 허탈과 절망이 이렇게 깊은 것이다.
현대인이 경험하는 재난을 예전처럼 천재와 인재로 명백히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소행성의 충돌과 같이 문자 그대로의 천재가 아닌 한 오늘날 완전한 의미에서의 천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재해라 해도 인적 요인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인간 생산활동의 결과라고 할 때 이제 천재냐 인재냐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유엔의 재난경감국제전략에 따르면 재난(disaster)이란 위해와 취약성이 합쳐진 것이다. ‘위해’(hazards)란 인명을 살상하거나 생계와 재산에 피해를 초래하고 사회·경제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현상 또는 조건을 말한다. 토네이도 엄습, 화학물질 유출, 지하철 고장 등 수많은 사건들을 들 수 있겠다.
세월호 사건은 시스템의 취약성이 위해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그 결과를 증폭시켰으므로 이중적 인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취약성을 높였던 모든 주체들에게 재난 리스크를 증가시킨 책임이 있다. 만일 선장에게 ‘살인’ 혐의를 씌운다면 선박회사나 관피아나 해경이나 청와대나 대통령도 ‘살인’의 인과고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후략)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겨레, 2014. 5. 27.)

기사전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92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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