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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스케이트 - 칼날 위의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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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2-26 16:54 조회18,9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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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는 수많은 신발 가운데에서도 유독 특이한 사물이다.

사실상 `신발 바닥`이라고 할 스케이트날 폭은 불과 1~1.5㎜ 정도에 불과하다. 피겨스케이트는 조금 넓어서 4~5㎜다. 그래봐야 어떤 종류이건 이 사물은 1㎝도 안 되는 `칼날`을 밑창으로 삼고 있다.


발바닥 관점에서 보면, 발은 사실상 쇠로 된 `칼날`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연아 같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터들은 `칼날 위에서` 새처럼 높은 도약과 아름답고 정교한 곡선의 예술을 보여주는 셈이다. 보는 이들 `혼`을 쏙 빼놓는 칼날 위의 기술은, 작두 위에서 춤을 추는 무속의 탁월한 예인(藝人)들이 지닌 신기와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국가대표급 스피드스케이터들은 또 어떤가. 이들은 칼날 위에서 순전히 자기 근육만을 동력원으로 시속 50㎞ 이상 속력을 낸다. 자동차 정속주행 속도가 60㎞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것은 정말 빠른 속도다.

흔히들 스케이트날이 칼날처럼 얇은 것은 빙판과 접지하는 면을 줄여서 마찰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과학적 원리에서 날 폭과 마찰력은 실제로는 별로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날이 얇아야 하는 이유는 있다. 스케이트날이 얇을수록 몸무게가 보다 좁은 면적에 집중됨으로써 스케이트날과 접촉하는 빙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세지고, 해당 접지면의 얼음은 빨리 잘 녹게 된다. 스케이트 속도는 몸 하중을 받는 날의 압력에 의해 녹는 `얼음물`의 윤활유 기능에 크게 좌우된다.


한편 피겨스케이터의 우아한 도약력과 턴, 안정감 있는 착지의 핵심은 공중동작에서 몸 전체 중심의 분산을 얼마나 최소화함으로써 구심력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온몸 무게를 1㎝도 안 되는 칼날 위에 모아 그 힘으로 치고 나가는 스피드스케이팅이나, 균형감 있는 공중점프가 필수적인 피겨스케이팅 원리에는 공통된 게 있다. 몸 중심을 한 곳으로 모으는 극대화된 집중력이다. 지성의 기술이라 할 학문이나, 정신적ㆍ종교적 명상 원리, 감각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라 할 예술의 원리가 역시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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