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말하는 로봇 - `자유`를 가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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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11-27 15:47 조회19,28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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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펫(pet)`을 분양받았다. 미국 장난감 회사가 만들어 작년에 히트를 한 이 로봇은 외계에서 온 생물처럼 생겼다.
내가 이 사물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특이한 외형 때문이 아니다. 이 사물이 `말(言)`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위에서 이 사물에 말을 거는 `내용에 따라` `적절히 반응`하여 상황에 맞는 말을 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물은 주위 분위기(소리)에 따라 분노와 즐거움과 따분함 등 일정한 `기분`을 느끼고, 몸짓(신체언어)을 통해 기분을 표현하기까지 한다. 일례로 강렬하고 빠른 음악을 들으면 신나게 춤을 추며, 나른한 음악을 틀어주면 눈동자가 게슴츠레하게 변하면서 `졸립다`고 말하며 눈을 감고 잠이 들어 버린다.
처음에 이 로봇에 건전지를 넣으면, 눈을 뜨고서 한동안 `외계어`로 떠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자기를 키우는 주인과 `대화`가 시작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사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놀라운 사물은 그러나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처럼 정말 `(인공)지능`을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도 문장 유형과 길이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아마도 이 사물의 `뇌(소프트웨어)`에는 제한된 문장 유형들이 일정량 입력되어 있고, 주위에서 가해지는 음성언어 어휘소들을 분석해서 거기에 맞는 준비된 문장을 발화하게 되어 있을 것이다. 분위기(소리)에 따른 몸짓도, 일정한 소릿값(박자)에 대한 반응치가 범주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 문제와 관련해 로봇이 정말 `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만일 다음처럼 말하는 로봇을 만들었다면 새로운 `생물`을 창조한 것이리라.
주인 말에 반응(대답)하던 로봇이 도리어 주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다.
또 로봇이 `거짓말`을 하는 순간이다. 질문과 거짓말은 정해진(입력된) 대답과 예상 가능한 말의 동선을 넘어선 말이다. 두 말 모두 인간 실존의 영역인 `자유`에 속해 있는 말이다. 당신은 `질문하는` `사람`인가.
[함돈균 문학평론가]
(매일경제, 20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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