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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민주당 위기의 3대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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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12-16 16:50 조회19,2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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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45% 전후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안철수 신당을 가정하면 민주당 지지율(10%대 초반)은 새누리당(30%대 후반)의 3분의 1 이하, 신당(20%대 후반)의 2분의 1 이하로 더 크게 떨어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11월 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민주당 지지층의 48.6%와 진보층의 51.7%가 신당으로 지지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에서조차 그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조짐이 이미 오래 전에 감지된 터이다.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은 결국 안철수 신당에 ‘접수’되거나, 아니면 군소정당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위기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민주당의 고질병인 이념 및 정책 기조상의 불분명함이다. 2011년 12월 민주당은 포부도 당당히 새 강령을 발표했다. 경제민주화 달성과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이 당의 목표라는 ‘중도진보’의 천명이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는 대체로 이 강령에 충실한 정책들로 새누리당과 한판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경제민주화와 복지 관련 공약들은 거의 모두가 실종됐다.

박근혜 정부만의 탓이 아니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민주당 역시 책임져야 할 일이다. 민주당은 지독하리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자신의 현실적 대안을 끊임없이 생산, 제시, 설명, 홍보했어야 했다.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이슈를 사실상 포기하고 기존의 전통적 보수 이슈인 안보와 질서로 돌아선 상황은 민주당이 그 중도진보 이슈를 확실히 거머쥐고 그에 대한 ‘소유권’을 지혜롭게 발휘할 수 있는 호조건의 형성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회경제 프레임으로 정국을 주도하기는커녕 현 정부의 안보 프레임에 걸려 허우적댈 뿐이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염원해온 시민들의 실망과 불신 증대는 당연했다. 자기영역으로 천명한 중도진보의 공간으로 안철수 세력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당 자신인 것이다.

두 번째는 야성(野性) 부족이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며 소위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졌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라는 창피하도록 유치한 수준에서의 민주주의 손괴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다루기는커녕 발뺌과 감추기, 심지어는 겁주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사상과 결사의 자유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 등에서는 마침내 정권퇴진 요구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 민주당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신부님들의 나지막한 기도 소리와 소시민들의 한탄 소리보다 더 작은 탓일 게다. 특감은 관철시키지 못하고 별 의미도 없는 여야 합의만 덥석덥석 해주고 있다. 오죽하면 초선의 한 청년의원이 ‘당론’에서 벗어나 저 홀로 외롭게 나섰겠는가. 민주당의 그 많던 ‘386’ 정치인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야성 잃은 야당이 매력적일 리 없다. 지지 하락은 당연한 일이다.



세 번째는 자기개혁 능력의 결핍이다. 민주당은 각종 선거에 연거푸 패하면서도 당 안팎에서 부단히 제기해온 당 개혁 요구는 계속 무시 혹은 경시해왔다. 좋은 개혁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11년 7월 당개혁특위에서 발표한 소위 ‘천정배안’은 상당히 훌륭한 개혁안이었다. 2013년 3월에 나온 정치혁신위의 쇄신안 역시 괜찮은 것이었다. 그 방안들대로 개혁을 했더라면 민주당은 지금쯤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 정책 중심의 책임정당, 상향식 결정체계를 갖춘 민주정당으로 발전해가고 있었을 것이다. 대체 그 개혁안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계파정치의 청산과 권위 있는 민주적 리더십의 창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 정당에 과연 누가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

양당제 조건 하에서 진보개혁파 유권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사표가 되는 걸 불사하지 않는 한 민주당에 표를 던질 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유력한 제3의 선택지가 부상하고 있다. 상기한 위기 요인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듯하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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