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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넥타이-댄디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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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1-22 15:22 조회19,7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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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피부(가죽)와 털을 벗겨 몸에 걸치고 다니는 인간의 의복 양식만큼이나 괴상한 것도 없다고 말한 철학자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의복 중에는 옷감이 아니더라도 입는 방식만을 가지고도 이상하다 싶은 아이템이 적지 않다. 남성 의복에서 핵심이 되는 넥타이가 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회사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에 넥타이 매듭법이 있다. 널리 쓰이는 매듭법이라야 몇 가지밖에 되지 않지만, 그걸 다 알고 변주하는 이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한두 가지 방법에 따라 `각 나오는` 넥타이를 매는 데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넥타이 매듭을 처음 배우는 일은 보이스카우트 캠핑 때 각종 매듭법을 배울 때보다도 곤혹스럽다.


목에 걸칠 때 길이 조절, 두르는 강도, 타이를 꼬는 기술, 매듭 후에 주름을 잡는 미묘한 뉘앙스, 정확히 배꼽 언저리에 내려오는 높낮이 조절 등 꽤 디테일한 정확성이 필요한 게 바로 이 넥타이의 매듭법이다.


영국에서 넥타이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에 부르주아 계급이 매듭법의 발명자에게 비싼 강의료를 지불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새삼 상기할 만한 사실은 넥타이를 매는 행위 자체가 목 주위에 강한 압박감을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넥타이를 매는 것은 벨트로 허리를 두르는 행위와는 다르다. 머플러가 지닌 보온 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사물은 기능적 효율성의 차원으로부터 이탈하고, 오히려 그것을 거슬러 신체 압박 행위 자체를 존재 형식으로 삼는 `잉여`의 의복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매듭의 `난해함`은 이 자발적 신체 압박 행위라는 차원에 어울린다.


그러나 이 신체 압박의 정도도 정확한 수준의 절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확성과 절제의 형식을 갖출 때 유용성 없는 잉여조차 `미(美)`가 된다.


넥타이를 현대적 의복으로 정착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이 바이런 같은 영국 시인들이었다는 사실은 무얼 의미하는가. 그들은 이 사물을 `댄디(dandy)의 매듭`이라고 불렀다.


함돈균 문화평론가
(매일경제, 201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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