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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새로운 민주주의체제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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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10-30 15:42 조회22,5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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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에 관한 지난 칼럼(2013년 9월13일자)이 나간 후 중요한 코멘트와 질문을 여럿 받았다. 그중 가장 귀중하다고 생각된 질문은 “안철수 신당이 어떻게 한국을 다당제의 연립정부형 국가로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질문의 핵심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물론 안철수 세력은 내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거쳐 유력한 신당으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3정당은 오래지 않아 사라지고 ‘도로 양당제’로 갈 공산이 크다. 소선거구 일위대표제 중심의 현행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추동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례대표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수밖엔 없다. 그래야 신생 중도보수 정당도 지지율에 비례하는 자기 몫을 확실히 챙겨 그 좌우편의 기성 정당들과 함께 유력정당으로서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지켜갈 수 있다. 연정형 권력구조의 확립은 다당제가 그렇게 제도화된 이후에 기대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안철수 신당이 과연 어떻게 비례대표제 개혁을 이뤄낼 수 있겠느냐”로 좁혀진다.

 

이번 칼럼에선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 답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례대표제 개혁은 안철수 신당 홀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란 것이다. 그 신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되어 모든 역량을 비례대표제 강화 작업에만 집중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선 현 선거제도의 수혜자들인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반대를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은 차기 대통령 후보와의 공조체계 구축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회의 반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세력은 국민이다.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강고히 형성될 경우 국회도 이를 막아설 순 없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개혁 열망을 불어넣어 주고 그 열망을 동원하고 조직함으로써 그 힘으로 개혁을 완수해내는 소위 ‘정치기업가’의 역할을 맡을 최적임자는 바로 국민의 신망과 관심을 받는 유력 대선주자다. 그와 안철수 신당이 뜻과 행동을 같이 하기로 한다면 개혁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물론 그가 안철수 본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정치기업가로서의 수행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정치기업가의 최우선 자질은 국민들로 하여금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여 개혁여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능력이다. 그런데 ‘20 대 80’ 혹은 ‘1 대 99’로 요약되는 작금의 사회경제 상황은 유력 대선주자 누구나가 의지만 있다면 그 능력은 비교적 쉽게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가 할 일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것이다. 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모두 정치에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만 하면 된다.

‘87년 체제’의 성립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루어졌으나, 경제민주화 및 복지국가 수준으로 가늠되는 실질적 민주주의는 달성되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오직 뒷부분에만 수긍이 가는 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핵심 소임은 약자들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이익집단들 모두에게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함으로써 정책결정과정에 누구나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포용의 정치’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87년 체제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포용의 정치보다는 ‘배제의 정치’를 양산하는 저급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국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상공인 등의 약자집단들이 자신들을 대변하는 유력 정당들을 통해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절차적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놓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를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치기업가로서의 대선주자는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례대표제의 강화 필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 국민들에게 비례대표제야말로 사회의 다양한 선호와 이익을 효과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정당체제, 즉 이념과 정책 중심의 다당제 발전을 가장 확실하게 견인해내는 정치제도이며, 따라서 그 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곧 포용의 정치와 평등의 경제, 그리고 통합의 사회가 보장되는 새로운 민주주의체제로 나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기만 한다면 개혁여론은 충분히 뜨거워질 수 있다. 안철수 신당이 체제 전환을 도모하는 이 대선주자의 정치기업 행위에 동참해줄 때 개혁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임은 물론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
(경향신문, 2013.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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