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자꾸 만나다보면 사랑하게 된다, 노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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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5-30 16:03 조회3,2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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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저자 김영옥 옥희살롱 공동대표세대 갈등은 사실 계급 갈등... ‘세대간 동행’ 조명잘 늙고 싶다면? 늙어가고 있는 사람 만나야‘제대로 된 호기심’ 갖고 공존하려는 자세 필요“‘정치적으로 급진적인 할머니’ 되고 싶어”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저자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 ⓒ이수진 기자
최근 ‘노시니어존’(노인 출입 제한 업소)카페가 등장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었다. 해당 카페의 단골이라고 주장한 한 네티즌은 일부 노년 남성들의 성희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대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럴 줄 알았다”며 업주를 옹호하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노인의 출입까지 금지한다는 점에서 노인 혐오”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김영옥 공동대표는 “대학에서 은퇴하기 전에 학생들한테 이런 주제로 많이 물어봤는데,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노년 남성이다. 그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시선 강간’한다는 거다. (문제의 원인이) 그 사람이 늙어서가 아니라 ‘늙어서까지도 성폭력을 하기 때문’인 거다. 이유는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을 출간했다. 노년 문제에 누구보다 ‘진심’인 김영옥 대표를 1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세대 갈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만나본 유일한 장소가 지하철 아니면 버스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통행인은 동년배여도 다 ‘싫은 사람’이다. 잠깐 보고 어떻게 다 좋겠나. 어떤 환경에서 만나냐, 어떤 선입견이 먼저 작동하느냐(를 살펴야 한다). 세대 갈등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 대부분 계급 갈등이다.”
- 책에 노년만 등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글의 기본 취지가 ‘동행’이다. ‘세대 간 갈등’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이나 이데올로기에 맞서서 사실은 세대 간 협업도 하고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이 책의 취지다.”
- 고령화시대다. ‘잘 늙어가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지금 늙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첫 번째 지름길이다. 유튜브에 나오는 스무 가지 방법 필요 없다. 산책하고, (함께) 먹고, 뭘 힘들어하시나 보고, 도움 줄 수 있을 때 도우면서 선행 연습하는 게 최선 아닐까.”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위즈덤하우스/1만 7500원) ⓒ위즈덤하우스
- 젊은 여성들에게 ‘늙어감을 사랑하기’는 더 어렵다. 나이 들어가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보니 ‘30살이 되면 죽겠다’는 자조적인 말들도 많이 돌았는데.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사랑하기’가 아니라 ‘사랑하게 된’이다. (나이듦을 사랑하게 되는 게) 첫눈에 반하는 방식은 아닐 거다. 단둘이서 같이 보폭 맞춰서 산책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좋아지게 ‘되는’ 거다. ‘된’에 방점이 있는 거다. 젊은이들이 나이 드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는 건 기술의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부산에 가려면 일곱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KTX로 3시간, 비행기로 50분, 그것도 싫으면 그냥 줌으로 만나버린다.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시대다. 특정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했었던 어떤 시간, 과정, 절차들이 확 압축되거나 없어져 버린 상태다. 그러니까 30세가 너무 멀게 느껴질 것 같다. 결혼하더라도 ‘이 사람이랑 평생 같이 살라’는 축사는 절대 못 하게 하잖나. 그런 것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 노년을 많이 만나보라고 했다. 추천하는 방법은.
“제일 확실한 것 하나는 ‘내가 움직이는 모든 장소와 공간에 노인이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당장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나랑 같이 지하철 탄, 버스에 탄,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식사하고 계신 노년들이 어떻게 보이고 들리는지,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를 감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로 제가 하는 방식인데, (노년들이 모이는) 장소가 특화돼 있다. 할아버지들은 동네 운동기구나 다리 밑 바둑 둘 수 있는 곳, 할머니들은 동네마다 있는 정자다. 세 번째는 노인종합복지관인데, 다양한 노인을 만나기에 너무 좋은 데다. 함께 프로그램 운영하는 자원활동가 청년들이 있다. ‘세대 간 우정’이 형성되는 곳들도 적지 않다. 어찌 됐든 세대 간 사회적 배치에서는 고령자가 사회적 약자 자리에 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비고령자들이 제대로 된 호기심을 갖고 공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 노년 돌봄 대안으로 생활공동체가 제시된다. 노년에 혼자 살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질문이라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공동체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페미니스트 3명이 집을 지어서 산다는 소식에 찾아간 적이 있다. 가보니 독립해 나와서 따로 살고 있었다. ‘셋이 사는 것도 못 살겠다’고 하더라. 공동체가 자리 잡으려면 최소 10~20년은 걸린다. 그게 힘들면 결국 자본이 마련해준 유사 공동체(실버타운)에 가야 한다. ‘복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복지사의 마인드가 열려있고, 세대 간 대화에 능통한 사람들이 두세 명만 있어도 거기 살아야 한다는 거다. 자원이 없고, 성격이 사교적이지 않아서 친구가 많이 없어도,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등이 적절하게 들여다봐주면서 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홀로 노년기를 살아야 할 사람들도 ‘살만하다’ 하려면 사회가, 다른 연령대 시민들이 같이 고민해줘야 한다.”
- 본인은 어떤 할머니인지,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젊은이들은 웃긴다고 한다. 나이 든 분들은 저 보고 멋있다고 한다. 제가 개인적으로 되고 싶은 할머니는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할머니’다. 캐나다,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레이징 그래니(성난 할머니들)’나 스위스에서 기후위기 소송 거는 할머니들처럼. 힘들더라도 집회를 가능한 한 많이 가려고 한다. 현장에 몸으로 동행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김영옥 옥희살롱 공동대표는 “노년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노후 대비”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김영옥 옥희살롱 공동대표숙명여대와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했고, 독일 아헨대에서 문예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약9년간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지금은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이자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다.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만드는 시간과 나이듦, 이야기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흰 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노년은 아름다워』 등이 있다.
여성신문 2023년 5월 24일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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