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세계 자본주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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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09-08 11:46 조회2,5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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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광복’과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기다. 또한 세계 차원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양 진영으로 갈라진 냉전 체제와 세계 자본주의의 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분단과 전쟁으로 가는 길로 빠져들어갔다. 2차 세계대전의 종결 시점에서 히로시마(8월6일)와 나가사키(8월9일)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소련도 1949년 8월29일 핵실험에 성공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다시 검토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사용되지는 않았다. 핵무기를 쓰면 3차 세계대전 발발로 귀결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미·소 간 적대가 심화되면서도 서로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세계 체제가 작동한 것이다.
근래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미·중 갈등이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충돌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북·중·러의 연계로 미·중 간 충돌은 남북한 간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의도 제기된다. 그러나 최악으로의 질주를 억제하는 힘도 있다. 냉전 상황에서도 세계 체제는 3차 세계대전이나 핵전쟁의 발발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했다.
게다가 중국은 과거 소련과 달리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깊숙이 편입된 발전지향 국가이다. 미·중 갈등은 미국 자본주의가 자유주의에서 보호주의로 전환하면서 격화된 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의 동서 진영 간 군사적 대립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연과 사건이 겹쳐 미·중 간 전면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입을 것이다. 만약 세계 자본주의의 붕괴를 재촉하는 중대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붕괴 이후의 모습은 그간의 변화와 이행의 결과를 상당 부분 반영하게 될 것이다. 시시각각 진행되는 연속적인 변화가 누적된 결과로서, 세계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지난달 21일 발간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1980~2075년의 세계 자본주의의 판도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까지 세계 자본주의는 서구 자본주의가 주도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980년, 2000년의 5대 경제대국은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다. 2000~2022년 변화의 주요한 특징은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이다. 중국은 1980년 7위, 2000년 6위였는데,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가 됐다. 인도는 1980년, 2000년 모두 13위였는데, 2022년에는 5위로 뛰어올랐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2050년까지 세계 GDP의 무게는 아시아로 훨씬 더 많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1위가 될 것이고, 인도는 3위에 오를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의 최대 신흥시장인 브라질과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독일은 5위, 일본은 6위로 후퇴할 것이다. 2075년은 좀 먼 미래지만, 서구 자본주의의 후퇴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5대 경제대국에 서구 국가로는 미국만 남게 되고, 나이지리아가 5위, 파키스탄이 6위, 이집트가 7위로 떠오른다. 독일은 9위, 영국은 10위, 일본은 12위로 밀려난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
경향신문 2023년 8월 8일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808203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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