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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북한의 '두 국가론'은 전쟁할 결심? 김정은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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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4-04-01 18:46 조회2,0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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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 연합뉴스=조선중앙TV

 
북한은 작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와 올 1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고,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런 '대남 부문에서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에 대해 북한은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 온 쓰라린 북남 관계사를 랭철하게 분석"하여 내린 결론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는가 

북한의 '방향전환'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분석이 존재한다. 하나는 북한의 '두 국가론'과 남북 관계 단절 주장에 초점을 맞춰 남한이라는 존재 자체의 위협을 차단하려는 체제 방어용 '수세담론'이라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무력 평정론'에 초점을 두어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와 북‧중‧러 관계 회복을 바탕으로 한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공세담론'이라는 주장이다.

보수든 진보든 큰 이견이 없는 '수세담론'과 달리, 북한 핵능력 확대에 따른 전쟁 위협론은 조금 논쟁적이다. 논란의 출발은 미국 최고의 북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가 지난 1월 11일 <38노스>에 기고한 글이었다. 그들은 "김정은이 50년대 김일성처럼 전면전을 감행할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임스 루이스 같은 보수적 학자들은 1월 30일 <더 인터내셔널 인터레스트>를 통해 김정은은 미치지 않았고 "(북한) 정권을 위험에 처하게 할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라고 반박했다.

국내의 진보적 학자들은 대부분 북한의 의도적인 전면전 감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심각히 우려하는 것은 '우발적 충돌'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다. 북한 못지않게 윤석열 정부도 '압도적 대응'을 공언하고 있고, 9.19 군사합의 등 남북 간 완충장치가 모두 무력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우발적 충돌은 미국 등이 확전 방지를 위해 개입하기 전에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술만으로 보면 김정은의 '무력 평정론'은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만약 끝끝내 우리와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식의 조건을 달고 있고,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제공격을 부정하고 있다.

'전쟁할 결심'과 비대칭 확전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TV

 
그러나 '조건부' 혹은 '선제공격 배제'가 바로 "북한의 전쟁 결심은 엄포다"라는 주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에서 우발적 충돌은 선제공격 여부가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이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NLL영역의 충돌이나 접경지대 전단 살포를 둘러싼 충돌이 발생하면 선제공격 배제가 아무 의미를 갖지 않는다. 또 "조선반도에서 언제든지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의 전 령토를 평정하려는… 준비를 예견성 있게 강구"해나가겠다는 말은 국지전이 발생하면 즉각 '계획된' 전면전으로 넘어가겠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조건부'이긴 하지만 '전쟁할 결심'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듯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전쟁 위협을 제기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이것은 2022년부터 대미관계에서 작동시킨 강 대 강 대결원칙을 대남관계에도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강 대 강 국면을 "최대의 주적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힘을 부단히 키우는 기간"이라 규정하고 있다(<조선신보> 2022. 6. 22). 따라서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미 대적 투쟁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겠다는 것은 1차적으로 국방력과 핵능력 강화를 통해 대미‧대남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초강경 정책은 북한식 억지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전쟁이나 중동전쟁에서 보듯이 핵이 재래식 전쟁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현대전쟁의 양상이다. 북한도 한반도에서 국지적 충돌의 전면전 전환 위험을 심각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조건부 '전쟁할 결심'은 한반도에 재래식 국지전은 없다는 신호, 즉 우발적 충돌에 의한 국지전이 발생하면 무조건 '준비된 핵전쟁'으로 넘어가겠다는 뜻이다.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될 위험을 우려해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에 굴복하지는 않겠다는 것이고, 동시에 한미가 우리를 건드리겠다면 '최소한 핵전쟁을 각오하라'는 주장이다. 이는 일반 핵 정치이론으로는 전형적인 비대칭확전(asymmetric escalation) 전략에 해당한다. 북한은 결국 '핵전쟁 결심'을 내걸고 '초강경' 억지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두 국가 관계론'  

북한의 '두 국가 관계론'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탈냉전 이후 북한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몇 가지 노선 전환을 시도하는데, 그중 하나가 남북에 존재하는 두 개의 국가를 사실상 인정하는 조치들이었다. 남북 유엔 동시가입이나,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남북관계를 정립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이 대표적이다. 또 6.15 남북공동선언은 두 주권국가의 '국가연합'을 통일의 유력한 방식으로 인정한 것이었고, 2021년 8차 당대회에서는 논란의 '민족해방혁명 추진'을 규약에서 삭제하고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건설'을 명시하는 등 남북 두 국가의 장기공존과 북한의 일국(一國) 혁명 강화를 분명히 했다.

두 국가 현실론을 계속 확대해 온 북한이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하는 방향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일단 '두 국가론'을 통해 남북관계 단절을 더 강조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우선 남북 간 국력이 심각하게 비대칭한 상황에서 통일 공세를 지속하는 게 현실적이지도 않고, 통일 공세가 오히려 북한 체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 헌법에서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 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을 삭제하겠다거나,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북한 역사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두 번째는 북한의 국제정세 인식과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약화와 다극화 확대, 미중 갈등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북한은 한미에 대해 강 대 강 정면돌파를 택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러 접근으로 돌아선 방향 전환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되었다. 물론 현재의 북‧중‧러 관계는 중국이 신냉전을 경계하는 등 과거 냉전시기와 달리 매우 불안정하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는 과거의 고립무원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핵능력 강화에 대한 한미의 유엔 추가제재 시도는 중‧러의 반대로 사실상 어려워졌고, 과거 6자회담 시기와 달리 한미가 북한문제와 관련해 중‧러의 협력을 얻기는 쉽지 않아졌다.

두 국가론의 끝은 '무력통일론'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두 국가론과 관련해 북한이 '교전국 관계' 고착을 내세우면서 핵 공격 명분을 강화하고 무력통일론으로 복귀하려는 것인지, 무력통일론이 앞으로 연방제통일을 완전히 대체하는 공식 담론이 될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 '무력 국토평정' 주장은 2016년 제7차 노동당대회 김정은 총괄보고에서 이미 언급되었다.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고 "남조선 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선택한다면"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던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일대전' 같은 용어를 지웠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와 다시 무력통일론을 꺼내 들었다.

북한 주장의 맥락을 따라가면 평화적 방식의 통일, 즉 연방제 통일방안이 지향으로서는 여전히 존재하나, 윤석열 정부가 "북 정권과 군대는 '소멸해야 할 주적'으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을 념불처럼 떠들어주었기에"(김여정 담화, 2024.1.2) 현재는 '전쟁 중의 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고, 그래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비평화적 방식의 무력 국토평정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지향으로서의 평화적 통일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해도 북한은 앞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과 조건부 '무력평정론'을 계속 강조해 갈 것이 분명하다. 과거 동독도 헌법에서 통일을 삭제하고 당규약에서 동‧서독 민족까지 구분하는 '2민족 2국가'를 주장했다. 그러나 동독은 서독과의 경제교류를 단절할 수 없었고, '특수관계론'을 고수한 서독에게 통일 주도권만 내준 채 결국 편입통일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북한으로서는 두 국가론을 앞세우면서 일정 기간 자력갱생을 기본으로 북‧중‧러 관계를 보조로 하여 남한과 단절하고 남북관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노선을 지속할 것이다.

'두 국가론'과 한반도 통일담론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의 두 국가론을 계기로, 남한에서도 젊고 진보적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남북 2국체제론'을 전면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통일을 내세워 상대에 부담을 주느니 차라리 통일을 포기하고 따로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몇 가지 검토할 점이 있다. 우선 북한이 두 국가론을 통해 현재 강조하는 것은 남북관계 단절만이 아니라 '교전국 관계와 무력통일론'이며, 이는 남한 일각에서 말하는 별개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체제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결국 문제는 두 국가론의 수용 여부가 아니라, 두 국가체제가 적대성을 확대하는 '분단국가주의'로 가느냐 아니면 평화와 공존의 관계로 가느냐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통일담론을 배제한' 2국체제론으로 기울어질 경우 '흡수통일‧비합의통일'을 강조하는 보수세력의 통일담론 독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 통일에 소극적이던 보수진영은 남북 격차 확대를 배경으로 근래에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에도 2국가체제를 일정 기간 유지하다가 남한에 편입시키는 '단계적 흡수통일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의 통일담론 독점은 남한 보수진영의 자유민주체제 흡수통일 주장과 북한의 무력통일론 간의 대립만 부각되고, 2국가체제론은 질서 있는 흡수통일을 위한 과도기 정도로나 취급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북한을 별개 국가로 인식한다고 통일담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통일은 체제통일만이 아니라 EU 같은 통합도 포함하는 '과정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다. 한반도의 통일과정은 EU의 화폐통합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국가연합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고, 그런 '복합국가' 방식의 통일은 '남북 특수관계론'을 인정하든 하지 않든 남북이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현상의 '인정'에서 현상의 '변경'으로).

따라서 두 주권국가의 연합을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되 '비합의' 체제통일은 배제하는 '복합국가 통일론'은 북한의 두 국가론이나 남한 내의 북한 별개 국가 인식 경향과 관계없이 여전히 유효하다.

보수진영에서도 "차제에 남북관계를 '국가관계'로 재정립해 국제법의 토대 위에서 협력하고 경쟁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안정과 발전에 효과적"이라며(이용준, <문화일보> 2024. 1. 16) '두 국가론' 수용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단계적 흡수통일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전쟁상태도 평화상태도 아닌 한반도 정전체제를 실질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해 최소한 한국전쟁의 종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2국가체제 하에서도 남북관계의 안정과 발전은 계속 위협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 중의 법'인 정전체제의 청산 없이 남북의 두 국가가 협력하고 경쟁하자는 말은 현재의 적대관계를 지속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탈냉전 이후 북한이 집요하게 추구해 온 '생존과 발전'은 남북관계 발전, 대미 적대관계 청산 없이 불가능하다. 북한은 중‧러와 협력해 '생존'을 보장받겠지만 궁극적 안전과 번영은 보장받지 못한다. 북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고, 그러기에 다시 외교와 협력에 의존하는 정세 완화 시기의 도래는 필연적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쟁위험과 분단국가주의를 증폭시키는 현재의 국정운영체제를 하루빨리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게 당장의 한반도 전쟁위기를 완화하고 동시에 다가올 '외교와 협력'의 국면을 앞당기는 첩경이다.

* 이 글에서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북한 쪽 발언은 모두 9차 전원회의 보도와 2024년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시정연설에서 인용했습니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통일맞이 이사장 

오마이뉴스 2024년 3월 21일

https://www.ohmynews.com/NWS_Web/Articleview/article_print.aspx?cntn_cd=A000301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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