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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필] 제나라 환공(桓公)의 등극, 희대의 선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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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10-23 16:25 조회22,1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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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혜택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마트의 할인행사에 자주 쓰이고, 운동선수나 군인들 훈련에서도 흔히 채택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왕을 선착순으로 뽑는다면 어떨까. 쉽게 납득되기는 어렵지만 유사한 장면이 제나라에서 벌어졌다.

기원전 685년 봄, 양공(襄公)을 시해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공손무지(公孫無知) 자신도 살해당한다. 원한을 품은 이가 벌인 복수극이었다. 두 사람이 왕위 계승 후보자로 거론되었다. 그 둘은 선착순 경쟁을 하듯 제나라 도성을 향해 달렸고, 먼저 도착한 이가 결국 왕위에 올랐다. 훗날 춘추시대의 첫 패자(覇者)가 되는 제나라 환공(桓公)이다.

죽은 양공에게는 이복동생들이 있었다. 양공 즉위 이래 제나라 정세가 혼란스러워지자 이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다른 나라로 달아나듯 떠났다. 먼저 공자 소백(小白)이 거(莒)나라로 갔다. 소백의 곁에는 포숙(鮑叔)이 함께 했다. 양공 시해 직후에 공자 규(糾)는 외가인 노나라로 달아났다. 규의 곁에는 관중(管仲)과 소홀(召忽)이 함께 했다.

공순무지의 살해 소식은 소백이 먼저 알게 되었다. 제나라 귀족 고혜(高傒)가 소백에게 빨리 귀국하라는 연락을 보냈다. 소백과 포숙은 즉시 출발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노나라에 있던 규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자 규는 안절부절했다. 관중이 나섰다. 자신이 급히 달려가 길목을 지킨다면 소백을 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 먼저 출발했다.

몇 일을 쉬지 않고 내달려 공자 소백 일행을 발견한 관중은 소백에게 활을 쏘았다. 소백이 활을 맞고 쓰러졌다. 관중은 규에게 돌아와 소백을 죽였으니 서두를 필요 없다고 보고했다. 공자 규는 천천히 제나라 도성을 향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죽은 줄 알았던 소백이 이미 도착해서 임금이 되었다는 보고를 듣게 된다. 공자 규 일행은 노나라로 되돌아갔다.

관중이 쏜 화살은 소백의 허리띠 쇠고리에 맞았었다. 소백은 거짓으로 죽은 채 해서 관중을 속였던 것이다. 공자 소백과 관중을 주연으로 하는 희대의 선착순 경기는 소백의 승리로 끝났다. 몇 달 후 제 환공은 공자 규를 왕위에 앉히려는 노나라 군대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공자 규는 죽이고, 관중은 자기 사람으로 얻는다. 그렇게 해서, 제나라에는 패자(覇者) 환공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류준필(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교수)
(건설경제신문, 2013.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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