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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2014년 정치 전망 - 새누리당, 야권보다 ‘훌륭한 공약’ 내놓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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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1-08 16:02 조회20,3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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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정치사적 특징 중 하나는 새 정부 출범 첫해에 벌써 다음 대선 레이스가 실질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안철수 현상은 이미 실체로 자리 잡았고, 2014년 초·중반기에 지지율로는 새누리당에 육박하고 민주당에는 크게 앞서는 유력 정당의 창당으로 구체화하리라 보인다.

대권 후보로서 안철수는 민주당 대선 주자의 조기 등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고, 그 뒤를 손학규 고문 등이 이을 듯하다. 6월 지방선거와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새누리당에서도 당내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박근혜 이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며 새누리당의 일사불란한 대오가 흐트러지기 시작할 시점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서 선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경우 차기를 향한 후보 경쟁은 더욱 빠르고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공약의 실종, 그리고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주요한 선거 변수였던 것으로 판명될 경우 새누리당의 개혁파 후보는 상당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014년 후반기 이후의 한국 사회는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둔 선거정치 국면으로 일찌감치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약 경쟁의 조기화가 예상된다. 상당한 기간을 남겨놓고 유력 주자 다수가 포진해 있는 상황은 각 주자로 하여금 조기 차별화를 도모케 할 것이다. 시대적 과제에 해당하는 범사회적 개혁 이슈를 선점하는 후보가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 대선에서도 증명된 바이다.


비례대표제·다당제·연정형 권력 구조에 공감대


대선을 3년6개월 이상 남겨둔 2009년 5월 박근혜 의원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Disciplined Capitalism)’를 만들어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 및 감시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보듬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고 말하며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그 꿈을 실현해갈 것임을 시사했고, 그 이듬해에는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라는 한국형 복지국가 구상을 내놓았다. 지금 그 관련 공약들은 거의 모두가 헛된 약속이었다는 게 드러났지만, 그것들의 대선 결정력은 상당했다.

‘이슈 주도권’ 확보 경쟁에서 야권 후보들은 특히 정치개혁 영역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실현이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장기 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달성해가기 위해서는 ‘87년 체제’라 불리는 작금의 ‘승자독식 민주주의’ 체제를 ‘합의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환경이 조성돼가고 있다. 게다가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 정책 그 자체만으로는 새누리당 후보와의 차별화가 어렵다. 이번에도, 언제나 그래왔듯, 새누리당의 새 후보들은 다시금 박근혜 정부와 자신의 다름을 강조하며 야권 후보들의 공약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럴싸한 경제민주화 및 복지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합의제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는 비례대표제와 다당제, 그리고 연정형 권력구조이다.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이미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공히 그 강화의 필요성을 천명한 터이다. 이념과 정책 중심의 온건 다당제는 최근 안철수 의원과 손학규 고문 등이 강조하고 있다. 손학규 고문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연정형 권력구조의 확립을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의 완성까지 주창한다.

합의제 정치는 비단 야권에서만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정치개혁관은 손학규 고문과 대동소이하며,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역시 독일식 합의제를 바람직한 모델로 상정하고 있다. 분점형 권력구조로의 개편을 주장하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여야 의원 106명이 결성한 초당적 개혁 집단이다. 시민사회에서도 1987년 체제를 합의제 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다. ‘체제전환론’을 선점하는 것이 야권 대선 주자들의 1차적 목표가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누가 가장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현실 체제전환론을 내놓을 것이며, 누가 그 실현에 필요한 의지와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는지 등에 대한 경쟁 및 평가 과정에서 1987년 체제의 전환이 대선 의제로 조기 부상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교수
(시사IN, 201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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