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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필] 노나라 환공(桓公), 술에 취해 수레에 올랐다가 주검이 되어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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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10-23 16:20 조회21,7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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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 환공 18년 그러니까 B.C 694년 봄, 환공을 태운 수레가 제나라로 들어선다. 노 환공은 제 양공과 낙수(濼水)에서 회합을 가진 다음, 부인 문강(文姜)과 함께 제나라를 방문한다. 환공의 제나라 방문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애초부터 환공의 현신 신수(申繻)가 만류하고 나섰다. 제나라 양공과 문강은 남매지간인데도 서로 사통하는 사이라는 소문 탓이었다. 환공은 신수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제나라로 들어온 이후에 양공과 문강이 정을 통했다는 말이 환공의 귀에까지 들렸다. 환공은 아내 문강을 질책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서 문제를 삼았는지, 이상한 풍문을 듣고 처신을 똑바로 하라고 공박했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그렇지만 환공의 질책에 문강이 반발한 것만은 분명하다. 문강은 양공을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얼마 후에 양공은 환공을 불러 주연을 벌인다. 홧김인지 마음이 누그러져서인지는 역시 알기 어렵지만, 환공은 술에 취한다. 양공이 장골(壯骨)의 팽생(彭生)을 불러, 취한 환공을 수레로 모시라고 명한다. 팽생은 환공을 번쩍 안아서 수레에 태웠다. 환공의 수레가 숙소에 도착했을 때 환공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팽생이 환공을 안아 올리면서, 팔에 힘을 주어 갈비뼈를 으스러뜨려 놓았기 때문이다.

환공의 부음이 노나라에 도달했다. 분분한 논의 끝에, 노나라는 제나라와의 분쟁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노나라에서 일을 수습하러 사람을 보냈다. “우리 임금께서는 제나라 임금의 위엄을 존중하시어, 감히 편안히 있지 못하고 제나라를 방문하셔서 우호를 닦으셨습니다. 그런데 회합이 끝났건만 돌아오시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죄를 물을 곳마저 없는 형편이어서, 다른 나라들에서까지 좋지 않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노나라와 제나라는 적당한 타협점을 찾았다. 공식적으로는 환공의 사인을 우발적인 사고사로 처리하되, 팽생을 죽여 최소한이나마 노나라의 체면을 세워 주는 것이었다. 결국 양공은 명을 내려 팽생을 죽였다. 노나라에서는 죽은 환공의 뒤를 장공(莊公)이 계승한다. 환공과 문강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이후로도 여러 해에 걸쳐 문강은 제나라 양공과 계속 만났다. 8년 후 이 둘의 이상한 만남도 끝이 난다. 사냥 나간 양공이 죽은 팽생을 다시 만난 바로 그 장면에서.

류준필(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교수)
(건설경제신문, 201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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