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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검찰 중립이 불가능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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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9-23 14:15 조회20,9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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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댓글질,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녹취록(유출, 진위, 공개) 공방, 민주당의 길고 긴 장외투쟁, 채동욱 검찰총장의 도덕성 시비와 전격적 사퇴 등은 낡은 선거제도와 검찰제도의 산물이다. 이것을 고치지 않고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현행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제도는 1위가 아니면 의미가 없기에 이질적 세력의 선거연합을 강제한다. 여기에 참여한 정당들과 지지층에는 극단적 편향을 가진 존재들이 수두룩하다. 보수연합에는 온갖 반인륜적 폭언을 일삼는 이른바 ‘일베충’도 있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좌익효수’류도 있고 대한민국 적화위협을 분쇄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쯤은 잠시 유보하거나 건너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파시스트’들도 있다. 진보연합(야권연대)에는 이석기 패도 있고 ‘일베충’ 저리 가라 할 폭언을 일삼는 누리꾼들도 있고 사회주의자, 생태근본주의자, 한미동맹 폐기, 제주해군기지 결사 반대파도 있다.

문제는 1945년 광복 이후 6·25전쟁과 학살의 경험, 북한의 참상, 3·15 부정선거와 유신독재의 기억이 시퍼렇게 살아 있기에 극단적 편향의 공포, 혐오 확산, 증폭 효과는 다른 양당제 국가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의식도 있는 데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속성을 가진 인간의 특성상 상대방의 주류적 흐름과 소수의 극단적 편향을 구분하기 힘든 것은 불문가지. 이것이 간첩 및 종북 대항 활동이 본령인 ‘원세훈 국정원’의 일탈(오버)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 검찰은 “무차별적인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이며 “정보자원을 남용해 정치에 관여하고 선거 개입을 자행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보수 지지층이 이를 수긍할 리가 없다. 설사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영향은 극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 품고 있던 불신을 검찰로부터 확인받은 진보에게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실이자 최고 최대의 국기문란 사건일 것이다. 이것이 야권의 장외투쟁의 근거이자 여권과 검찰(총장) 간 갈등의 뿌리다. 검찰총장 문제의 핵심도 개인적 처신이나 도덕성이 아니라 검찰의 납득하기 힘든 사법적 판단과 서운한 태도일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검찰의 판단과 태도가 초래할지도 모르는, 여권에만 특히 불리한 파장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국가단일조직이다. 기수 문화와 상명하복의 군대문화도 있어서 검찰 상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면 조직 내에서는 ‘그게 아닙니다’ 소리가 나오기 힘들게 되어 있다. 대통령의 비위를 거스르면 몇 년만 고생하면 되지만, 검찰 조직의 위신과 권능을 떨어뜨리면 평생을 고생한다. 변호사로 개업해도 밥 벌어먹기 힘들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검찰을 별로 신뢰하지는 않으면서도 수많은 정치 사건을 들고 간다. 무수한 고소 고발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상대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한다. 선거법, 정치자금법, 배임죄 등은 원래 모호한 조항이 많다. 이는 자기편의적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야당은 검찰에 대해 ‘정치 탄압이다’ ‘권력의 시녀다’ ‘특검이 필요하다’며 반발할 수 있지만 여당에는 반발할 권리가 사실상 없다.

요컨대 보수와 진보가 상대에 대해 공포, 혐오, 불신이 심한 가운데 검찰이 진실과 정의를 독점하는 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불가능하다. 검찰이 여당이나 야당에 편파적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검찰의 판단이 1심 법원 판결 정도의 권위만 갖도록, 쪼개진 검찰끼리 서로를 감시하고 시비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검찰 조직보다 국민을 훨씬 강하게 의식할 수 있도록 지검장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의 검찰은 그 위상이 독특해서 여당은 검찰을 장악하기 위해 필사적이고, 검찰과 야당은 반대로 장악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이 귀결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다. 양당의 정치 독과점을 구조화하여 생산적 경쟁을 죽인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 검찰이라는 관료에게 너무 많은 독점권을 쥐여준 검찰제도와 소모적 갈등의 화약고인 모호한 법 조항도 고쳐야 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동아일보, 2013.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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