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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야구공-지구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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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7-17 16:09 조회24,2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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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 단면을 본 적이 있는가. 흰 가죽 두 장을 맞붙여 적색실로 꿰매어 만든 거죽 속으로 들어가면, 중심을 촘촘하게 감싸고 있는 실뭉치가 나온다. 그 중심에는 작은 구 모양 코르크가 박혀 있다. 이 단면도는 `지각-맨틀-핵`으로 이루어진 지구 내부와 유사하다. 그래서일까. 겨우 한 주먹에 들어가는 이 작은 사물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LA다저스가 한화이글스 투수 류현진에게 지불하기로 한 연봉은 6년간 3600만달러(약 400억원). 별도로 한화에 지불한 이적료는 2574만달러(약 280억원). 입이 쩍 벌어질 일이지만, 이건 약과다. 뉴욕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연봉은 10년간 2억7500만달러라고 한다. 요즘 환율로 어림잡아도 3000억원이 넘는 돈이다. 하루에 8300만원, 시간당 350만원씩 버는 셈이다.


며칠 전 우리나라 2014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시간당 5210원으로 확정됐다. 일주일에 하루 8시간씩 5일 근무하면 약 100만원을 받는 수준이다. 야구선수들에게 저 많은 돈을 뿌리는 미국의 최저임금은 얼마일까. 시간당 8200원 정도다. 우리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작은 `공놀이` 스포츠 스타들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네 일상에는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살고 있는 게 적지 않다. 스포츠 스타의 천문학적인 연봉도 그렇다.


20대80을 넘어서 99대1 상황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던 월가 시위 같은 때를 떠올려 보자.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자각이 예민하게 폭발하는 순간조차도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는 나오지만 "야구장을 점령하라"는 구호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이 계급을 초월한 대단한 `관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마르셀모스나 바타유의 통찰에 따르면 사회에는 생산과 보존을 전제로 한 `소비`와는 다른 `탕진` 메커니즘이 있다고 한다. `경제`는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자처하지만, 생명과 물질의 전적인 소모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비합리적 요소들이 필수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사람들 거대한 무덤(피라미드ㆍ왕릉)이나 신을 위한 희생 제의는 지금도 종교예식과 장례식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사치품, 예술, 도박 등도 물적 탕진 형식을 구현하는 문명의 필수기제다. 오늘날 `공놀이` 스포츠 역시 인간화한 `신`(`스타ㆍ별`)에 탕진이라는 심리적 에너지가 열광적으로 결합된 현대화한 희생 제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야구공은 지구(문명) 단면을 닮았나 보다.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MK뉴스, 201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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