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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욱] 진보적 자유주의, 좌파와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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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7-22 15:06 조회25,8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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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안철수의 ‘새 정치’가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김정은의 ‘속마음’과 함께 3대 미스터리에 속한다고들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해하기로 그것은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지향하는 비교적 명료한 개념이다. 양대 정당의 지역기반 기득권 타파,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체계의 구축, 증오와 대결이 아닌 소통과 합의의 민주정치 확립이 그것이다. 사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과정에서부터 ‘새 정치’란 이러한 목표를 이루는 것임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 ‘새 정치’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아서일 게다.



과연 그 수단이 무엇일까? 만약 진보적 자유주의가 앞으로 세워질 ‘안철수 신당’의 이념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무엇일지는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 비대해진 시장 혹은 경제 권력으로부터 일반시민들의 사회적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택하는 현실적 수단은 민주주의의 확대다. 민주주의의 확대를 통해 시민 누구나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정책결정과정에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때 사회경제적 약자들도 강자에 대한 정치적 길항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그때 비로소 시민들의 평등한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는 기본적으로 정당을 통해 이루어진다. 노동자나 중소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이익과 선호가 정책결정과정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들이 존재해야 한다. 결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 및 집단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다수의 유력 정당들이 의회 및 정부에 상시적으로 포진해 있도록 할 때 진보적 자유주의의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 이념과 정책 중심으로 구조화된 다당제와 연정형 권력구조, 그리고 그 둘의 발전을 추동하는 비례대표제를 강조하는 까닭이다.



비례대표제-다당제-연정형 권력구조가 맞물려 작동하는 소위 ‘합의제’ 정치에서는 양대 정당 기득권 체제가 유지될 수 없고, 다양한 민의가 다당제 기제를 통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며, 대화와 타협에 따른 정당 간 합의정치가 발전한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합의제 민주주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안 의원은 작년 대선 기간 중 비례대표제의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최근엔 양당제의 폐해를 적극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례대표제를 강화할지, 다당제를 구축할지, 분권형 권력구조로 개편할지 등에 대해 밝힌 바는 아직 없다. 이제 ‘새 정치’의 달성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새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여론을 동원할 수 있고, 한국 민주주의의 새판 짜기에 성공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그는 특히 민주당과의 관계에 유의하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미래로 행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하나가 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을 대체해버리든 아니면 그 당에 흡수되든 그 결과는 모두 ‘새 정치’와는 무관한 것이다. 도로 양당제일 뿐이다. 기득권 체제로 들어갈 생각이 아니라면 비례대표제 강화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제도의 개혁을 통해 제3의 유력 정당으로 발전해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선 민주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주당이 약해질수록 안철수 세력의 확대 가능 공간은 넓어지고 그만큼 대체 유혹은 강해진다. 민주당이 바로 서서 자기 공간을 지켜야 한다. 진보정의당은 모레쯤이면 사민당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안철수 세력은 진보적 자유주의를 천명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보수당으로의 개명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이념적 위치는 어디인가? 어느 공간에 발을 딛고 설 것인가? 문재인 의원은 진보적 자유주의가 독점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보수주의와 사민주의가 그렇듯, 진보적 자유주의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을 수 있다. 민주당이 진보적 자유주의 좌파 정당으로 발전해가도 좋을 일이다. 문제는 신속한 결단과 추진력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경향신문, 201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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