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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돈균] 시스루 - '욕망'이 옷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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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5-03 16:49 조회18,8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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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3` 여주인공(귀네스 팰트로)이 시사회 때 입은 복장이 화제다.


그녀는 어깨선 아래로 등과 허리와 엉덩이 일부, 허벅지와 다리까지 훤히 비치는 드레스를 입었다. 속옷은 물론이고, 때로는 은밀한 속살까지 투명하게 다 보인다고 하여 일명 누디룩(noody look)으로도 불리고, `시선이 관통한다`고 해서 `시스루(see-through)`라고도 불린다.


시스루라는 이름에 걸맞은 옷이 되려면 애초에 속이 잘 비치는 `섬세한` 옷감을 사용해야 한다. 마치 옷이 두께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매우 얇게 재단돼야 한다. 특이한 건 이 옷이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스키니`와 비슷하지만, 속살에 찰싹 달라붙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와 정반대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시스루의 핵심은 옷감이 속살에서 살짝 `떠 있어서` 어렴풋한 이미지의 형상으로 오히려 또렷하게 속살을 드러내는 `기술`에 있다.


인간이 순전히 부끄러운 속살을 숨기기 위해 옷을 입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스루는 인간에게 그 이상의 강렬하고 은밀한 속내가 내재함을 추측하게 만드는 옷이다.


시스루를 통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속살 부위, 바꿔 말해 이 옷 스타일이 가장 `드러내고 싶어하는` 부위는 어디인가. 놀랍게도 시스루를 보자마자 우리 시선이 꽂히는 부분은 가슴과 배꼽, 그 아래 하반신이 아닌가.

운 좋게 시스루를 본다면 잘 관찰해 보라. 우리 시선을 즉각적으로 그 몸의 가장 은밀한 부위로 모으지만, 결정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옷에 집중된 시선을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로 모으지만, 그 하늘거리는 투명한 옷의 형상은 시선의 최종적인 목표 지점을 `은폐하는` 스타일이다.


언뜻 보기에 이 옷 주인은 관음증을 즐기는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보여줄듯 말듯 옷을 입은 몸에 시선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옷감을 뚫고 들어온 시선을 차단한다. 이 `밀고 당기기` 때문에 옷을 향한 주변 시선은 계속 지속된다.

 
 

`밀당`에서 중요한 건 주는 것만큼이나 다시 뺏는 기술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런 `희망고문`을 환상(fantasy)이라고 부른다. 환상은 `욕망(desire)`의 다른 이름이다. 아마 `욕망`을 옷으로 만들면 시스루가 되지 않을까.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MK뉴스, 201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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