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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무개념 단세포 정치에 목 놓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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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3-05-13 15:01 조회20,0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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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0일 ‘정년연장법’ 혹은 ‘60살 정년 의무화법’이라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동시에 공기업 신규 채용 시 29살 이하 청년을 정원의 3% 이상 고용하도록 의무화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 법에 의해 졸지에 연령차별을 당하게 된 30대 취업준비생들은 인터넷에서 방성대곡했다. 그러나 청년 고용에 대한 악영향이 훨씬 큰 ‘정년연장법’은 의외로 후폭풍이 미미했다. 아마도 ‘100살 시대의 도래’, ‘선진국의 추세’와 정년이 65~60살인 전문직(교수·교사·공무원)과 차이, 적용 시기가 2016년부터인 점 등이 작용한 모양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한다면 이 법이야말로 방성대곡감이다.

한국의 고용임금 체계는 노동의 질(생산성)이 아니라, 근무 연수, 기업 능력, 노조의 교섭력과 연동되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2012년)’의 중등 교사 임금 체계를 보면, 한국은 초임 대비 37년차 최고 임금이 2.78배다. 정년까지 계속 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 모범국으로 회자되는 덴마크는 1.16배, 핀란드 1.37배, 스웨덴 1.33배, 독일 1.34배, 미국 1.5배, 프랑스 1.89배, 일본 2.22배다. 교사가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년연장법의 확실한 수혜자인 공공부문과 대기업 생산직들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로 인해, 58~59살 정년자들은 하는 일에 비해 매우 높은 처우를 누리게 되어 있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원래 정년까지 계속 노동생산성이 올라간다면 법이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년을 연장한다. 이 경우는 청년 고용에 보탬이 된다. 노동생산성과 임금이 긴밀히 연동만 되어도 정년 연장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한국은 ‘슈퍼갑’(공무원 및 공기업)이나 ‘갑’(원청대기업)의 일원이 되면 노동생산성과 상관없이 연공서열과 단체교섭에 의해 임금이 올라간다. 그 결과가 현대기아차 한국 공장과 미국 공장 사이의 엄청난 임금 격차다. 전자의 평균임금은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3~4배지만, 후자는 미국 1인당 국내총생산의 1배다.


반면에 ‘을’이나 ‘병’이 되면 일종의 소작인이나 천민 신세가 된다. 60살은커녕 58살 정년조차도 아득하다. 물론 노동의 질이 낮아서가 아니다. 요컨대 정부와 시장을 지배하는 10% ‘갑’들은 노동의 질에 따른 공평한 처우 체계(직무직능급제)로 가는 통로인 임금피크제에 대한 합의가 흐릿한 ‘정년연장법’일지라도, 청년 고용을 줄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고용할당이든 정년연장이든 하라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 국민(세금)이나 소비자 혹은 협력업체의 고혈을 빨아서 부담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90% ‘을’들이다. 여기서는 ‘갑’에서나 의미가 있는 ‘60살 정년 의무화법’과 ‘3% 고용 의무화법’이 오히려 ‘사오정’(45살 정년) 확산법이자, 청년 고용 배제법이다. 갑과 을, 공공과 민간, 기득권과 비기득권으로 대별되는 신계급사회 강화법이다.

풍선효과가 확실한 사안을 무슨 ‘의무화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응당 있어야 할 사회적 논쟁의 실종이다. 이는 우리 사회 여론·담론 형성·전파자들(교수·언론사·연구기관 등)의 안목과 공적 책임의식 수준을 말해 준다. 10% ‘갑’의 노동권 강화가 모두에게 좋다는 이데올로기적 사기가 통하는 가운데 교수·공무원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서 방관하고, 50대 초·중반의 언론사 실력자들은 자신이 수혜자라서 쾌재를 부른 것이 아닌지? 왜 자꾸 의인 10명이 없어서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가 생각나는 걸까?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한겨레, 201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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